“블록체인 도입은 결국 투자자 거래 편의성과 효율성을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기존 중앙집중 체계를 대체하는 수단인 만큼 정부가 아닌 시장 참여자가 먼저 비즈니스 개발 가능성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 컨소시엄 출범을 위해 모인 증권사 IT 담당 임원들은 블록체인이 금융투자업계에 가져올 미래를 이처럼 전망했다.
컨소시엄 출범식 직후 금융투자업계 CIO·CISO협의회는 회원사 회의를 열어 블록체인 컨소시엄 청사진을 논의했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CIO·CISO협의회가 구성된 이후 머리를 맞대 도출해낸 첫 결과물이다.
CIO협의회장을 맡은 박선무 NH투자증권 상무는 “금융투자업계는 각 기업이 차별성을 만들어 회사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협업을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업계 전체 의견을 모아 수평적 형태로 다수 시장 참여자가 함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블록체인 관련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컨소시엄이 인증 분야에 블록체인 적용을 제일 먼저 시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앞서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출범한 은행권에서도 인증 분야에 블록체인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아직 법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분야를 우선 공략하는 것이 목표다. 황재우 통합 미래에셋대우 상무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종래에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코스콤까지 자본시장 관계 기관 모두가 참여해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컨소시엄은 블록체인을 인증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외채권과 비상장주식 등에 적용하는 것이 장기 목표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은행권과 공동 협의체를 구성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황국현 유안타증권 상무는 “금융위 측에서 금융투자업계가 먼저 블록체인 도입에 공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인지하고 금융업권 전체가 모인 형태로 논의가 진행됐다”며 “이런 업권별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에는 은행과 증권 뿐 아니라 보험 분야까지도 블록체인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도입이 금융 시장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박선무 상무는 “블록체인이 가진 분산 원장이란 속성이 기존 금융시장 질서를 바꾼다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이라며 “각 시장 참여자가 대립하는 형태보다는 협업할 수 있는 형태로 블록체인 관련 제도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