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게임 시장 80% 점유율을 차지하던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게임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세계 최고 게임회사로 발돋움한 텐센트의 든든한 수익창출원(캐시카우)이자 주력서비스 게임은 여전히 한국산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다.
PC에서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바뀌면서 중국 내 한국게임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산 캐주얼 게임이 모조리 중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형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도 중국 메이저 퍼블리셔 텐센트, 넷이즈 등에서 서비스됐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와 반대로 중국산 모바일게임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뮤오리진` `검과 마법`등이 한국시장 중국게임 돌풍을 견인했다. 이제 한국 대형 퍼블리셔는 중국게임 수입에 높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국 메이저 회사들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직접 한국시장을 공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지스타를 찾은 중국 바이어 숫자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들면서 더 이상 한국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게임 르네상스는 끝난 것일까. 나는 “기회가 남아있고 반전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례로 올해 지스타에 만난 중국회사 사업담당 임원들은 한국산 MMORPG를 찾았다.
한국회사들이 제작 중인 몇몇 게임을 소개했는데 그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중국에서도 MMORPG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의 팀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PC게임시대에도 결국 마지막은 MMORPG였다. 많은 전문가가 모바일게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모바일은 PC보다 MMORPG를 개발하기에 기술적, 환경적 제약이 많고 넘어야 할 허들이 높다. 그럼에도 선도자들은 도전을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계를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PC 시절에 즐겼던 MMORPG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모바일시대에는 MMORPG를 만든다는 것이 대단한 기술적 역량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업계는 PC온라인게임 시절과 유사한 수준의 모바일 MMORPG를 만드는데 근접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MMORPG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고착되어버린 한국 게임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 변수다. 이미 중국에 시장과 기술을 다 빼앗겨 더 이상 한국게임 비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을 뒤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 게임 시장의 르네상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지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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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게임 칼럼니스트, dooi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