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54>실패한 선발주자(3), 실패란 다만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선발 주자가 성공을 지속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선발 주자가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실패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무릅쓰고 시도하지 않았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과 기회를 낳는다.

실패로부터 쌓은 경험과 인력망은 계속 살아 있으면서 또 다른 부수 효과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싸이월드는 실패했어도 그 창업 멤버들은 네이버로 이동해 블로그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이후 네이버 밴드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특히 싸이월드 디자인팀장 김성훈 씨는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의 디자인을 총괄했으며, 일본에서 인기를 끈 제임스라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싸이월드의 초기 성공 경험은 미국 최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싸이월드의 비즈니스 핵심은 개인자원계획(PRP)이었다. 이에 따라 싸이월드는 1999년에 오프라인 모임을 온라인화하는 목적으로 공개 그룹, 반공개 그룹, 비밀 그룹 기능을 구분했다. 지금 유행하는 네이버의 밴드도 싸이월드 출신이 이러한 목적으로 모바일 버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 페이스북도 오프라인 모임을 온라인화하는 목적의 그룹 기능을 뒤늦게 도입했다.

이렇듯 싸이월드에서 확산된 PRP 개념은 모바일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오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진짜 핵심 정보는 여전히 신뢰 기반의 정보 공유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즉 거대한 콘텐츠도 결국 개인 지식들이 모이고 조합돼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싸이월드의 PRP와 관련된 경험과 지식은 네이버 자동주소록인 쿠쿠박스에도 적용됐으며, 이후 최근 각광받고 있는 네이버의 스노우(사진, 영상을 귀엽게 꾸며 주는 어플)의 개발로도 이어졌다.

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 `실패`한 또 다른 선발 신화인 다이얼패드도 단순히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다이얼패드 출신 기술진은 이후 구글의 `구글 보이스`, 애플의 `페이스타임`, 야후의 메신저 개발에 주축이 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이얼패드와 직간접 관계를 맺은 한국계 인재들 역시 현재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의 주축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음재훈 대표는 실리콘밸리 내 중견 벤처캐피털(VC)인 트랜스링크를 이끌고 있다.

다이얼패드 실패 이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공동 창업자인 안현덕(CEO), 조원규(CTO), 김도연(마케팅담당) 세 사람의 이후 활동을 살펴보자. 먼저 김씨와 조씨는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평판 서비스인 오피니티를 창업한 뒤 2007년 매각한 후 김씨는 스팟플렉스 등 여러 업체를 창업했다. 조씨는 2007년 구글에 입사해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 총괄사장으로 재직했다. 한편 안씨는 한국에 돌아와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인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실패의 경험을 자산 삼아 한국과 미국에서 각자의 길을 성공리에 걷고 있다.

실패는 그 경험과 인력망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실패` 자체로만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실패를 끝으로 여기고 자산화하지 않는 제도와 문화가 문제다. 실패란 성공의 씨앗이자 어머니다. 이에 따라 선발 주자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은 의미 있는 사회 자산 및 전략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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