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셀프주유소 과다결제 뜯어고친다더니...시스템 교체 `개점휴업`

금융당국이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실제 주유한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가 결제되는 오류가 발생하자 결제 시스템 전환에 착수했다.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시스템 전면 전환을 추진한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업계에선 시장 논리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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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전환률도 전국 2000여 셀프주유소 중 10%미만으로 나타나 체면만 구겼다.

5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프주유소 과다결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결제 시스템 전환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9월 고속도로 셀프주유소를 포함한 전국 셀프주유소에서 카드 오결제 사고가 발생해 수억원 과다청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가득 주유 결제로 15만원을 카드로 선결제 한 후 기름을 넣는다. 그런데 가득 주유를 했는데 10만원 금액이 나왔다. 이 때 고객이 단말기 장애나 한도 부족, 시스템 장애 등의 이유로 승인 거절이 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선결제가 된 15만원이 청구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는 주유소 결제 구조가 카드 `승인-승인-취소` 구조이기 때문이다.

15만원, 10만원 모두 결제 승인을 낸 후 앞에 15만원을 취소하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결제 오류 등이 나더라도 주유소는 이미 선결제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다.

반면 소비자는 10만원으로 결제를 다시 시도했는데 오류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15만원이 결제돼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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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수억원 과다결제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승인-취소-승인` 구조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즉 가결제된 15만원을 먼저 취소한 후 실제 금액인 10만원을 승인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주유소가 승인된 금액을 취소해야 하는데 고객이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고, 셀프주유소 특성상 이를 일일이 점검하지 못해 돈을 떼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셀프주유소 관계자는 “결제 시스템 전환을 무조건 소비자 피해 구제에만 맞추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주유소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시스템 전환을 거부하고 나섰다.

중간에 결제 정산을 대행하는 밴업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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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밴사 관계자는 “주유소 결제시스템 전환을 관계 부처 간 책임만 떠넘기는 실정”이라며 “그냥 시스템 전환하라고 말만 하면 다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밴사에 승인구조를 변경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라며 “시스템 전환은 공공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관련 사업자들은 주유소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부분 취소`가 가능한 시스템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5만원 선결제 후 10만원 결제 금액이 나올 경우, 실제금액 차액인 5만원을 카드사가 부분 취소하는 방안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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