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 광주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학계가 광주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 산업도시`로 키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양국 산·학·연 교류를 통해 광주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핵심 부품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지난 2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칭화자동차포럼은 `한중 친환경차 산업교류·협력방안`을 주제로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발판으로 광주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국 자동차 기술과 중국 거대 시장을 융합한 상생 체계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연구개발에 지금부터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중국 시장 진출이 절실한 한국 산업계를 위한 전문가 조언도 이어졌다.
◇한·중,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협력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중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차와 기계·산업적 구조부터 전혀 다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 핵심 흐름이라는 데 시각을 함께 하고, 양국 산업 발전 방향에 심도 깊은 의견을 내놓았다.
리센쥔 칭화대 교수는 “한국, 일본은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 대열에 올라섰다”라며 “혁신을 일으킨 한국 산업과 중국을 비교 연구해 본다면 함께 미래 시장을 주도할 가치를 찾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칭화대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해 중국 기업과 광주 기업·연구기관과 기술교류 연결을 시도하겠다”라며 “베이징 국제자동차부품박람회, 베이징 자동차용품·튜닝박람회 등과 광주 국제그린카전시회, 국제뿌리산업전시회 등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통해 기술 교류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주력 협력 모델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논의됐다.
김철수 호남대 교수는 “중국이 전기차를 `신에너지자동차`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애초부터 화석연료만이 아닌 신재생에너지원 전체를 아우르는 시장·산업적 접근에서 우리와는 다른 출발이다”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이 활성화되는 만큼 광주와 협력한다면 경제성과 편의성 등 소비자측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단품 산업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나 스마트 전력체계까지 포함하는 산업적 접근으로 시장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주 자동차 산업을 근간으로 한국형 에너지신사업 모델과 융합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일근 광주그린카진흥원 원장은 “글로벌 전력사인 한국전력과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신기술을 접목하면 친환경 충전 인프라뿐 아니라 전력 수요 공급까지 고려한 더 나은 확산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서 “거대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칭화대 연구능력과 합쳐진다면 스마크그리드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차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칭화대도 지속적인 산·학·연 협력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양띠엔거 칭화대 자동차공학과 학과장은 “대학은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5~10년 이후 차에 적용할 선행 기술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지만 현재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이 앞서가는 상황이며 칭화대와 광주 간 기술교류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한국 기업에 큰 기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관한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인증 강화 등 중국 정부 시장 정책과 방향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양띠엔거 학과장은 “현재 중국 정부의 산업 전반 구조조정이 실시 중이지만, 신에너지차 산업 만큼은 해외 시장 확대까지 고려해 오히려 더 크게 키우고 있다”면서 “이런 기회를 한국 기업이 잘 받아들인다면 중국에서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인증 강화 등을 통해 외국 기업에 진입 장벽을 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자율주행 기능 등 안전성을 높여 오히려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루란광 칭화대 교수도 “중국 기업 중에도 기술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배터리 인증 규격 강화는 안정성을 높이려는 합리적인 정책”이라며 “중국 내 전지 회사는 수천개인 만큼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 중국 정부가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최종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중국 내연기관차 산업은 합작사가 많았지만,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은 독자 브랜드가 훨씬 많다”면서 “중국은 도시와 도시 간 철도가 잘 돼 있어 수소차보다는 주행거리 300㎞ 전후의 전기차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에 광주·중국 간 실적 확보를 통해 미래차 기술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정하 국민대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전기차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광주는 연간 62만대에 달하는 자동차 생산도시이자, 전기차를 가장 먼저 만든 도시로 산악 지형이 적기 때문에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레퍼런스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