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조성진, `혁신에 대한 집념`으로 만든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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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새 사령탑을 맡은 조성진 신임 부회장은 1976년 입사 후 세탁기 세계 1등 신화를 쓰고, 이후 생활가전 사업 수장을 맡아 역대 최대 성과를 일군 주인공이다. 혁신에 대한 집념과 꾸준히 한 우물을 판 노력으로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한 고졸 출신 사장에 이어 부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올해는 조 신임 부회장이 입사한 지 만 40년이자 환갑을 맞은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또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매출, 영업이익, 영입이익률 등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내면서 세탁기 박사를 넘어 `가전 장인`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LG전자 전체를 이끌게 된 조 신임 부회장은 LG 브랜드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또 LG전자 전 사업에 1등 DNA와 혁신 DNA를 이식해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이룩할 계획이다.

◇대세 `선풍기` 대신 미래 보고 `세탁기` 선택

고졸 신화로 불리는 조 신임 부회장은 고교 진학마저 포기할 뻔 했다. 도자기 장인이던 부친이 아들이 중학교만 졸업하고 가업인 요업을 이어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조 신임 부회장은 요업이 공업계 고등학교와 관련이 있다고 부모님을 설득, 겨우 용산공고에 진학했다.

조 신임 부회장은 용산공고 졸업 후 LG전자에서 견습 과정을 거쳐 1976년 우수 장학생 자격으로 입사했다. 당시에는 선풍기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가전제품이었다. 입사 동료들이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한 것과 달리 조 신임 부회장은 세탁기 설계실을 택하면서 세탁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조 신임 부회장은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탁기가 사람을 대신해서 빨래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2012년까지 36년 동안 세탁기 한 분야에 매진했다. 조 신임 부회장이 가전업계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리는 이유다. 2012년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맡았다.

◇집념으로 일군 세탁기 1등

1980년대까지는 일본 기술을 들여와야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절대였다. 조 신임 부회장은 1990년대 초 탈일본을 넘어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조 신임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DD(Direct Drive)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탁 성능은 물론 에너지 효율, 소음 등도 기존 방식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밀한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려니 투자비가 많이 들고,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0여 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고, 회사에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마련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집념을 가지고 노력한 끝에 LG전자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세탁기에 DD모터를 상용화했고, 이는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

조 부회장은 DD모터에 이어 △2005년 세계 최초의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생활가전 역대 최대 성과 일궈

H&A 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 체질을 바꿔 놓았다. 연구개발(R&D) 투자 지속, 5대 사업부(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중심의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디오스 오케스트라,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듀얼 스타일러,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을 연이어 선보였다.

또 올해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 론칭을 확대하는 `LG 시그니처`, 한국과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리에 출범시키는 등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최초 제품 앞세워 LG전자 전 사업에 1등 DNA 이식

이제 조 부회장은 생활가전에서 쌓아 온 글로벌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LG전자 전 사업에 1등 DNA와 혁신 DNA를 이식시킬 계획이다.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 등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재현해 낸다는 포부다.

핵심은 최고 제품에 있다.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에 있으며, 품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부회장은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했다. 고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트윈워시가 대표 혁신 제품이다. LG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 인력, 투자비용 등에서 모두 최대를 기록했다. 8년 동안 150명 이상의 개발 인력과 약 200억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트윈워시 출시 일정을 2년 가까이 미루면서까지 완성도 제고에 집중했다. 트윈워시는 시간과 공간을 줄이면서도 분리〃동시 세탁이 가능, 세탁기를 다시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상 새 옷처럼 관리해 줘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도 조 신임 부회장이 먼저 제품 개발을 제안했다. 경쟁 업체들에 앞서 무선청소기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일에 몰두하지만 현장과 사람을 챙기는 따스한 카리스마도 갖췄다.

2013년 H&A 사업본부장 부임 이후 줄곧 서울과 창원, 해외사업장을 오가며 근무해 왔다. 올해는 대표이사로서 일정까지 소화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창원에서 주로 근무했다.

지난해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선도 시도, H&A 사업본부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직원과의 소통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녕하세요! 본부장입니다`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한편 사원대표 간담회, 여직원 간담회 등 다양한 자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능력과 성과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귀감이 되는 인사”라면서 “최근 국정 혼란 사태로 좌절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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