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웹브라우저 `웨일(Whale)`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털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 전 영역에서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려는 생활환경지능 전략 일환이다. 포털 자체 경쟁력 강화 효과도 노렸다.
네이버는 1일 차세대 웹브라우저 웨일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모바일이 아닌 PC용으로 출시됐다. 그동안 축적한 웹 기술력을 반영, 5년 동안 개발 과정을 거쳤다.
핵심 기능인 옴니태스킹은 한 화면에서 동영상, 쇼핑, 검색 등 다양한 작업을 하도록 지원한다. 기존 웹브라우저는 한 탭에 하나의 작업만 가능했다. 인공지능(AI) 통번역 앱 `파파고` 기술을 적용해 외국어 페이지를 열면 자동 번역하는 기능도 들어갔다. 단어를 드래그만 해도 검색되는 `퀵서치`, 팝업창을 모아 관리하는 `스마트 팝업` 등 편의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
자체 웹브라우저 출시는 생활환경지능(AMI:Ambient Intelligence) 전략 일환이다. 생활에서 사람·상황·환경을 인지하고 이해해 필요한 정보나 행위를 예측하고 자연스럽게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웹브라우저는 포털을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을 시작하는 첫 관문이다. 인터넷과 하드웨어(HW)를 이어주는 접점에 포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가 앱을 통하지 않고 PC와 모바일에 접속하는 경우 네이버 다음 구글이 아닌 브라우저로 인터넷을 시작한다”면서 “적시적소에 정보를 주려면 포털뿐 아니라 브라우저부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포털 경쟁력 강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포털이 웹브라우저를 가지면 해당 웹브라우저 이용자에게 가장 먼저 들어오도록 유입하기 쉬워진다.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만든 것과 유사하다. 이용자 행태 데이터 수집에도 유리하다. 네이버 자체 서비스 이용자 행동뿐 아니라 로그 정보를 통해 다른 포털,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한다. 네이버 자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도 세밀하게 확인한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포털 사업자가 시작페이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엄청난 자금을 쏟는다”면서 “브라우저 로그 수집으로 이용자 행태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면 향후 사업 전략을 짤 때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 구글 크롬 등 글로벌 대기업 서비스가 이미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용자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기존 브랜드 가치와 사용자경험(UX)에 익숙한 이용자를 끌어오려면 강력한 차별성을 지녀야 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철옹성에서 구글 크롬으로 지형이 변동하고 브라우저 내 번역 서비스 이용률이 상승하는 등 변화 추세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번역, 옴니태스킹 등 혁신 기능을 탑재하고 자체 브라우저 엔진 기술을 지속 고도화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향후 성과에 따라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에 맞는 브라우저 출시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PC버전을 먼저 내놓은 이유는 모바일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상용화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범 테스트 기간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도화하고 모바일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