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스캐너로 주민등록증을 인식할 때 `건`을 `진`이나 `선`으로 인식하는 등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서울시 휴대폰 집단 상가 판매점 직원은 신분증 스캐너 사용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상 주민등록증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신분증 스캐너 전면 의무화를 하루 앞둔 30일 앞서 도입한 판매점은 고충을 토로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육안으로 구분 가능한 얼룩을 글자로 인식했다. 얼룩이 묻은 신분증으로 점검한 결과, `광학문자인식(OCR) 인식에 실패했다`는 문구가 화면에 떴다. 다음 창으로 넘기니 신분증 인식 정보에 `함자현`으로 기재됐다.
오래됐거나 지저분한 신분증을 소지한 사람은 휴대폰 개통 자체를 못할 수 있다. 신분증 스캐너에서 인식한 정보와 국가전산망에 등록된 구매자 정보가 다를 경우, 위·변조 신분증으로 판별된다.
위·변조 신분증으로 구분돼도 프로그램상 개통은 가능하다.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이 판매점에 있어 아예 개통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위·변조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홀로그램과 적외선, 빛 투과율 세 가지 적출값을 높였다.
KAIT는 통신사 사후점검과 자체 대응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AIT 관계자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지시로 지난 달부터 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종전 방식과의 병행 기간 동안 프로그램 테스트를 진행하며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정상적인 신분증인데도 오류가 발생하거나, 신분증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예외 허용 신분증(여권, 주민등록증 발급신청확인서)으로 대체할 수 있다.
통신사가 대리점·판매점에 배포한 `신분증 스캐너 운영 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예외 허용 신분증은 종전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하되, 통신사가 사후 점검할 예정이다. 소비자 배려 차원이지만 신분증 스캐너를 일원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어긋나는 대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계획을 세우면서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다보니 여러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신분증 스캐너를 전면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이날 신분증 스캐너 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을 한다는 계획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