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휘말린 가운데 경제 정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2017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정 운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예산 처리까지 가늠할 수 없어 정부 부처는 내년도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앞 닥친 400조 예산 처리 시한…여전히 불투명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당초 계획대로 2일 탄핵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통한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탄핵 표결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일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이다. 여야는 법정 시한 내 처리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탄핵, 예산안 부수법안 처리 등과 맞물려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국회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예산 집행이 지연, 경기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정진석 새누리당, 우상호 더민주, 박지원 국민의당 등 여야 원내대표들과 30일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더민주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법인세 인상 법안 등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의사를 재차 밝힘으로써 원만한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법안은 통과 가능성이 짙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예산안은 여야 3당과 정부가 법정 기한 내에 최선을 다해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면서도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정 의장은 원칙에 따라 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두고도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하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누리과정 예산안 문제가 해결되면 법인세 인상을 양보하는 `빅딜`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일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에 상정된다. 그러나 이 경우 야당이 표결로 정부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긴 후에도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는 것이다. 연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준예산(전 회계연도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커지는 `경제 정책 공백` 우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초로 계획한 사업을 제때 추진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 정책 대응이 늦어지면 경기 침체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 정책이 공백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경제 정책 공백은 현실화된 상황이다.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 불투명한 예산안 처리 등으로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어진 데다 기재부 등 일부 부처는 `최순실 사태` 유탄을 직접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들은 최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다음 달 기재부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는다. 기재부는 투자·고용 확대, 소득 확충,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 동력이 이미 크게 떨어진 상황인 데다 차기 정부가 당초 일정보다 일찍 구성될 수 있다는 변수 때문에 `힘 빠진`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른 경제 부처도 마찬가지다. 한 해 경제 정책의 중심이 되는 기재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고, 청와대가 국정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짐으로써 부실한 정책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현안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 “국민들은 지나친 불안으로 위축되지 말고 경제 활동을 정상으로 지속해 주기 바라며, 국회 등 정치권도 예산과 민생법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