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서울 관악구 일대 공장 노동자와 가난한 이웃 사랑방 역할을 했던 개인병원은 종합병원급으로 성장했다.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대형병원조차 휘청거리는 의료산업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병원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김철수 이사장 뒤를 이어 2008년 병원장에 취임한 김상일 원장의 고민도 많다. 그동안 혁신적 아이디어로 `제2의 개원`으로 비견될 변화를 일으킨 그에게 앞으로 40년 생존방안을 물었다.
“설립 목표와도 같은 `따뜻한 병원`을 지향하되 미래 환경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병원 그 이상의 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기존 병원 틀을 깨는 동시에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 원장이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병원 그 이상의 병원`이다. 올해 초 40주년 기념식에서도 이 문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가 내세운 `병원 이상의 병원`은 무엇일까. 가까운데서 해답을 찾았다. 2013년 새롭게 개소한 병원은 내·외관 모두 잘 차려진 카페처럼 꾸몄다. 병원을 상징했던 백색조명을 비롯해 사방이 하얀 내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따뜻한 느낌인 주황계열 조명과 잔디를 연상케 하는 푸른 카펫, 우드계열 벽면으로 차가운 병원 느낌을 없앴다. 흔한 병원 냄새조차 맡기 어렵다. 대부분 김 원장이 직접 디자인했다.
김 원장은 “1976년 개원부터 가난한 노동자나 소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병원이자 사랑방이었다”면서 “경제적, 심리적 진입장벽이 있는 기존 병원과 차별화하기 위해 디자인 혁신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외형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단순히 환자 진료만 하는 지역병원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병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병원 내 콘퍼런스 룸은 연일 만원이다. 70여명에 달하는 의료진은 하나씩 스터디 그룹에 속해 연구에 집중한다. 비대학급성기병원 중 콘퍼런스를 가장 많이 개최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김 원장은 “진료 수익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연구와 논문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렸다”면서 “수익 부담을 줄여 의료진에게 공부하고 의료서비스 개선에 고민하는 시간을 주니 자연스럽게 환자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개원 당시 2명에 불과했던 의사가 70여명까지 늘었다. 건물규모도 150배 이상 확장됐고, 임직원 수만 600명에 달한다. 서울 개인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위암 수술 1등급을 회득했고, 매년 3만명 이상이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의료 서비스는 물론 연구역량도 성장에 한몫했다. 병원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이뤄진다. 의약품 시판 전 안전성을 검증한다.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병원마다 알짜 사업으로 꼽는 장례식, 주차장, 식당을 없애는 대신 임상시험센터와 같은 연구·실험시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자신감이다.
의료법인 전환 후 분원을 짓는 것도 검토한다.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 병원 부지를 물색 중이다. 내과부터 외과, 신경과 등 다양한 진료과를 수용하는 `메디플렉스` 구축이 목표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 호스피탈`을 적용한다.
김 원장은 “의료법인 설립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며, 완료 후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병원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모든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디자인을 접목하고, 다양한 진료과를 볼 수 있는 콤플렉스 형태를 구축해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감동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