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자체 투자·육성한 스타트업 기술을 직접 채택하고 있다.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협력과 신성장동력 발굴로 이어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새로운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한화그룹 등을 중심으로 직접 투자·육성한 스타트업 기술을 계열사 등에서 직접 상용화하는 사례가 늘었다.
초기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 운영이 상생 등 사회공헌 목적이 컸다면, 최근에는 투자수익을 거두거나 직접 채용, 신성장동력 발굴 등 구체적인 목적을 가졌다. 장기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 구축 초기 단계다.
이런 분위기의 선두에 선 곳이 롯데그룹이다.
올해 초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입주기업에는 초기 투자금과 입주공간, 컨설팅, 협력사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달 2기 입주기업(엘캠프) 선발을 마쳤다. 1기 입주기업 가운데 XRE와 CK인터스틸, 맵씨가 각각 롯데칠성, 롯데건설, 롯데닷컴과 협업을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다.
2기에 선발된 스타트업도 롯데 계열사와 협업 가능성이 점쳐진다. 체형에 맞는 여성속옷을 추천하는 `럭스벨`, 렌터카 역경매 플랫폼 `칼퇴근` 등 유통그룹인 롯데에 필요한 서비스다.
한화그룹도 자체 액셀러레이터 드림플러스를 꾸리고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63` 핀테크 센터에는 핀테크 유망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핀다, 센스톤 등 11개사가 지원 받는다. 입주공간과 각종 컨설팅, 행정지원이 제공된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혁신기술을 한화 금융계열사에 접목하고, 국내외 판로 지원이 목표다.
김래윤 한화생명 핀테크센터장은 “스타트업과 계열사 간 협업은 물론,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 확대하는 것이 드림플러스63의 목표”라고 밝혔다.
코오롱은 자회사 `이노베이스`를 두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이노베이스는 올해 1월 설립됐다. 별도 지원 없이 투자에 집중한다. 이노베이스는 O2O(Online To Offline), 인공지능(AI)에 중점 투자한다. 6월에는 AI서비스를 보유한 `플런티`에 2억원, 7월 퀵서비스 O2O 서비스 스타트업인 `퀵퀵`에 1억원을 투자했다.
CJ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스타트업 개발상품을 자사 유통채널을 활용해 직접 판매한다. 오프라인 매장 올리브영에서 스타트업 아이디어 상품을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더우주` `스트레스컴퍼니` `스타크` 등의 상품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자사가 지원했던 크레모텍과 협업, `UO 스마트빔 레이저`를 출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행복창업지원센터를 설치, 스타트업에 입주공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S&C(드림플러스) 등 대기업이 자체 액셀러레이터를 두고, 입주공간 제공, 멘토링, 해외진출, 판로확보 등을 지원한다. 재단, 창업 프로그램으로 간접 지원하는 기업을 고려하면 사례는 더 늘어난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이 확산되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 자생을 바라보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했고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다”면서 “스타트업이 혁신기술을 제공하고 대기업이 이를 접목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창업 생태계 자생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대기업, 스타트업 육성현황
<한화생명은 12일 63빌딩에서 핀테크(Fintech)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 63 한화생명 핀테크센터(DREAMPLUS 63)` 출범을 알리는 개소식을 열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