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받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발화하거나 특허 받은 정수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며 `특허를 잘못 준 것 아닌가`라는 불만 가득한 질문을 종종 듣는다. 정말 특허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걸까.
심사관은 당장 유해해 보인다고 특허를 거절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는 미풍양속이나 공중위생을 해하는 것이 명백하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우 특허를 거절해 왔다. `성 보조기구`가 대표적이다. 일본, 유럽 등에서는 특허를 주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요즘은 판례 등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기는 하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필자는 비록 유해할 수 있을지 라도 새로운 발명에는 특허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먼저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과 제품 생산·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특허가 거절되면 특허법상으로는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고 다른 법령으로 사용을 제한하려 해도 이들 모두를 관리·감독하기가 어려워서 더 쉽게 확산될 수도 있다. 반대로 특허가 등록되면 특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만 사용할 수 있어서 권리자만 철저히 감독하면 제품 생산·판매를 제한하기가 더 쉬울 수 있다.
통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자기 나라에서는 특허도 등록되고 유해하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특허마저 거절한다면 어떨까. 국내에서 특허가 거절되면 앞서 말한 것처럼 확산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권리도 주지 않은 채 확산만 되면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도 특허는 주되, 권리자만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특허가 거절되면 발명이 공개되지 않아 새로운 기술개발 싹을 자를 수도 있다. 특허기술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하기에, 원천기술에 부작용이 있다면 부작용을 해결하면 될 일이지 원천기술 개발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특허법은 본연의 임무인 발명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발명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법령에 맡긴다. 기술발전을 위한 씨앗을 뿌리고 보호하는 일, 그것이 바로 특허법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