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기술, 표준 및 표준특허(SEP)에 대한 최신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언론에 점점 자주 등장하는 법·경제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된 아홉 개 논설 시리즈 중 일곱 번째다.
이 논설 시리즈는 전(前) 미국 특허청장이자 미국 상무 차관인 데이비드 카포스가 지난 3월 대만에서 개최된 `표준, 표준특허 및 경쟁법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기초로 준비된 것이다.
여섯 번째 오해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표준화기구(IEEE-SA,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Standards Association)에서 진행해 온 표준화 절차가 잘못됐으며, 이로 인해 접근법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IEEE 표준화기구는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표준화 기구 중 하나로,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 표준을 정한 바 있다. IEEE는 지난해 특허 정책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상당한 변화를 도입했다. 이 변화 중에는 합리적 특허 실시료율을 결정함에 있어 `SSPPU`(최소판매가능 특허실시단위) 이론을 고려할 의무를 구체적으로 부과한 것도 있었다. 또한 협상이 시도되고 1심 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2심 법원의 판단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표준특허권자가 침해자에 대해 금지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정했다.
그러나 사실 IEEE의 제도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논란이 되는 이 정책 변경이 필요했다거나 최소한 바람직한 것이었다는 증거도 없다. IEEE-SA는 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바로 전, `와이파이`라고 세간에 알려진 `802.11` 표준을 만들어 냈다. IEEE의 가장 성공적 표준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표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802.11은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성과 광대역 접근성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와이파이는 지난 2012년 전세계 가정 25%에 보급됐고, 2013년까지 와이파이 적용 기기 약 20억대가 판매됐다. 왜 IEEE가 이처럼 스스로도 획기적인 성과라고 자부하는 성공작 이후, 그 최고의 성공작을 이끌어낸 정책을 폐기했어야 했는지, 또 혁신가보다 특허 실시자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새 규정을 만들었어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전자지식재산센터(EIPC) 또한 지난해 새로운 표준화기구 지식재산정책 표준양식 초안을 발표했다. EIPC의 새로운 표준양식은 IEEE 신규 정책과 `금지청구` 및 `SSPPU` 부분이 유사하다. 보통 새로운 정책 변화가 끼칠 영향을 완전히 예견하는 것은 어려우며 나중에서야 그 모든 효과를 깨닫게 되는데, 이미 큰 손해가 발생한 후인 경우가 많다. IEEE의 정책 변경은 혁신가보다 표준 실시자의 이익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는 혁신을 위한 투자를 감소시켜 IEEE가 향후 수준 낮은 기술을 대상으로 표준화 과정을 진행하게 되고, 그에 따라 덜 혁신적인 표준과 제품 개발의 지연을 불러오게 될 것인가? 혁신가들이 본인의 기술을 표준화하기 위해 혁신가 이익에 더 우호적이거나, 적어도 혁신가와 특허실시자 사이의 균형을 잡고 있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위험들을 고려할 때, `망가진 것이 아니라면 고치지 말라`는 불변의 격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IEEE-SA와 다른 표준화기구들은 특정 집단의 로비스트의 이해에 동조하고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는 경솔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도록, 정책 변경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금지명령의 수를 줄여 계약 협상을 장려하기 위한 선의로 도입된 규정은 그 의도와 달리 특허침해자들이 특허권자와의 협상에서 지연 전략을 사용할 유인을 제공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의 유효기간이 나날이 짧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지연은 규제기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향후 한 국가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이러한 유형의 개정 및 지침을 시행하는 것에 극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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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