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1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정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이 3.3% 증가했는데도 온실가스는 0.8% 감소하고, GDP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집계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뜻이 된다.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사실은 고장으로 멈춰 선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에 따른 에너지 분야가 산업 공정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가려 주고 있었다. 2014년 에너지·농업·폐기물 분야 배출량은 각각 전년 대비 1.2%, 2.7%, 3.3% 줄었다. 산업 공정만 5% 증가했다.
분야별 배출량 비중이 에너지 86.8%, 산업 공정 7.9%, 농업 3.1%, 폐기물 2.2% 순인 것을 감안하면 비중이 압도하는 에너지 분야에서 전년보다 0.3%포인트(P) 줄어든 것이 산업 공정 증가량을 상쇄하고 남은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산업 생산과 연관된 철강(150만톤, 16%), 민간항공(10만톤, 7.9%) 등은 증가했다. 산업 공정 배출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주요 증가 부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가스인 할로카본과 육불화황 소비 부문(140만톤, 7.3%), 광물 산업 부문(110만톤, 3.4%) 등이다.
이번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의한 결과라기보다 원전 발전량 회복과 경기 침체로 인한 산업 위축이 맞물려 일어난 일시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직접 노력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인으로 잠깐 줄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숫자를 갖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먹혀들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대 해석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준비한다. 경제 저성장 기조에 따른 자연 감소분만 아니라 각계의 감축 노력으로 달성할 목표가 담겨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이란 불명예를 벗을 수 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기만 바라는 요행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