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정 포스텍(POSTECH)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나노구조를 가진 고분자층에 양쪽성 이온을 넣어 1V 이하 전압에서 수십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이내에 수밀리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 고분자 액츄에이터(actuator)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오징어와 같은 연체동물의 모습을 한 위장로봇,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이동해 붕괴된 건물이나 잔해 속을 파고 들어가는 구조로봇 등 부드럽고 유연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있다.
이는 생체를 모방해 만든 인공근육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 인공근육이 생체처럼 빨리 반응하기 위해서는 낮은 전압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액츄에이터가 필요하다.
액츄에이터는 인공근육 동작을 위해 필수 부품으로, 그 중에서도 고분자 액츄에이터는 적은 중량, 뛰어난 유연성, 높은 기계적 강도, 비용 등의 면에서 다른 액츄에이터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수십 ㎳ 내 반응 속도를 보이기 위해서는 수백볼트 구동전압이 필요하다. 3~5V로 구동전압을 낮추면 작동 시간이 수십 초까지 길어지는 문제점 때문에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하나의 이온만 움직이는 단일이온전도체를 활용해 수십 ms 이내에 수㎜를 이동할 수 있는 고분자 액츄에이터를 개발했다. 이전에 발표했던 연구성과보다 약 100배 빠른 성과다.
기존의 고분자 기반 단일이온전도체는 분극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전압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온전도도가 매우 낮고 반응이 느려져 실제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쪽성 이온을 이온이 움직이는 경로에 추가로 투입해 이온전도도를 무려 300배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개발한 고분자 액츄에이터를 2만번 이상 성능저하 없이 작동됨을 확인했다. 우수한 내구성을 증명한 셈이다.
박문정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된 액츄에이터들과 비교해볼 때 연구진의 액츄에이터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전력으로 더 빠르게 구동 가능하다”면서 “향후 소프트 로보틱스, 인공근육, 생체모방형 디바이스로의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