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내년도 살림살이와 경제·산업계 자금지출 향배가 이번 주 갈린다. 최순실 사태 관련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탄핵안 발의도 동시에 이뤄진다. 탄핵시계는 돌지만 내년도 나라살림의 얼개를 짜는 일도 간과할 수 없다. 2017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이 다가오면서 여·야·정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400조 슈퍼예산, 처리 시한 지킬까
사상 최대인 400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최순실 사태로 여론 바깥으로 밀려나 있지만 내년도 정부 재정은 물론 돈이 돌아야 할 산업계와 연구개발(R&D) 쪽에는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각 당은 탄핵 정국에서도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를 지키자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유의 국정 마비 사태 속에서 예산안 처리마저 불발로 끝나 국민 불만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렸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누리과정(3∼5세) 예산과 함께 법인세·소득세 인상 문제를 놓고 여전히 대립각만 세운 채 논의는 뒷전이다. 법인세를 놓고 야당은 복지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글로벌 경제 추세의 역행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기회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중앙정부 부담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사태로 압수수색까지 받은 지획재정부도 속내가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안에서도 양보할 수 없고 법인세·소득세 인상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그동안 여야가 이른바 `최순실 예산` 삭감에 몰두하느라 청년일자리, 저출산·고령화 예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공개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는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기존 정책기조대로 내년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교육부는 검·인정 교과서와의 혼용이나 시범학교 우선 적용 등 검토 중이다. 야당은 국정 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일에 탄핵안 표결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어서 돌발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킬 수 있을 지는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조·특검·탄핵 동시 진행, 정국 분수령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주 자신을 향해 칼끝을 겨눌 특검을 자신의 손으로 임명해야 한다. 지난주 박 대통령은 야당에 특검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뢰서를 국회로 보내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해야 한다. 두 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3일 이내인 12월 2일까지 특검 한 명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정해지면 2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수사가 본격화된다.
탄핵 정국도 이번 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야권은 12월 2일 혹은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함게 가결까지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 50여명 이상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안 표결 시점을 놓고는 각 당의 의견이 갈린다.
내달 2일 예산안과 탄핵안을 모두 처리하자는 의견과 2일에는 예산안만 우선 처리하고 9일에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서둘러 탄핵안을 처리하다 예상치 못한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여기에 30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첫 기관보고가 이뤄진다. 이날 기관보고에서 내달 7일로 예정된 2차 청문회 증인 채택도 이뤄진다. 야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연루된 재계 총수들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검찰은 대통령 대면조사 데드라인을 29일로 정한 상태다. 이미 검찰 조사엔 불응하고 특검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대통령은 이번 요구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대 사안이 하루 걸러 이어진다.
청와대는 주말 집회와 함께 이번 주 본격화될 국정조사와 탄핵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추가적인 대국민 메시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본인의 혐의를 직접 해명하고 탄핵 부당성을 호소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