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정밀의료 본토인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전체 분석 기반 약물 적합성 서비스로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의료시장 문을 두드린다. 해마다 늘고 있는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고 세계 맞춤형 의료 시장에 우리 기술을 전파한다.
2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 기업 싸이퍼롬은 내년 초 미국에서 유전체 분석 기반 약물 적합성 알림 서비스를 출시한다.
싸이퍼롬은 김주한 서울대의대 의료정보학 교수가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유전체 분석과 빅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약 1년간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쳤다. 내년 초까지 안정성 검증을 마친 뒤 미국 현지에 서비스를 출시한다.
서비스는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약물 적합성을 예측한다. 처방받은 약물이 자신에게 최적 효능을 제공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알려준다.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약물 종류도 5000여종에 달한다. 현재 출시된 의약품 대부분이 포함된다.
데이터와 이론적 계산을 병합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존하는 모든 약물과 유전자 상호작용 자료를 학습해 모형을 만들었다. 약물, 유전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학습한다. 이론 모형을 2504명 전장 유전체 서열자료로 평가하고 1200개 약물과 유전체 변이 쌍으로 검증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7개 약물 부작용에 대한 임상시험도 거쳤다.
크게 세 단계 검증과정을 거쳐 1억개 DNA 위치와 5000개 약물 연관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기술로 입증 가능한 약물과 변이는 각각 90개, 60개 수준이다. 이를 개선해 사실상 유전체와 DNA 변이 정보를 모두 포괄해 약물 적합성 예측 기술을 구현했다.
김주한 서울대의대 의료정보학 교수는 “유전정보 분석으로 1억개 DNA 위치와 5000개 약물 연관성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약물 적합성 정도를 알려 준다”며 “약물과 유전체 상관관계를 규명할 뿐 아니라 인종, 성별, 나이 등에 따라 결과 값을 다르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개인별 약물 적합성을 알기 위해서는 개인 유전정보는 물론 5000여종에 달하는 약물 성분, 몸속에 들어왔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수 많은 정보를 연계·분석해야 한다. 결과 값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얼마만큼 신뢰도를 가지는지도 중요하다. 싸이퍼롬이 개발한 서비스는 민감도, 특이도를 나타내는 ROC 커브 면적 기준 평균 87.7% 정확도를 나타낸다.
진단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000건의 소아 백혈병, 1000건의 우울증 등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계획한다. 미국인 2만명 대상 검증 계획도 세웠다. 최근 벤처투자사로부터 80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이다.
내년 출시와 함께 기업, 병원, 개인유전체 시장 등으로 나눠 시장을 공략한다.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신약 개발 단계에서 후보물질 선정이나 병원 임상정보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미국은 연간 270만건에 달하는 의약품 유해사례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19만건이 넘는 의약품 부작용 의심사례가 신고된다. 개인별 약물 부작용과 최적 효능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유해사례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김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약물적합성 관련 기술 8건은 미국 최대 특허 법인을 통해 국제 출원된 상태며 병원, 기업, 개인 등 약물 적합성 검증을 원하는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