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기대에도 탈출구 없는 국산 3D프린팅 업계...국내 수요없고, 정부지원 엇박자

해외에서는 3D 프린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이, 국산 업체들은 수요를 찾지 못해 떠밀리듯이 한국 시장에서 발을 떼고 있다. 국내 시장 위축으로 국산 업체들은 성장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반 기술인 3D 프린팅 분야에서 국산 업체들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향후 제조 기초 기술을 모두 외산에 의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3D 업체들이 신규 제품 개발을 포기하거나 국내 영업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2013년 3D프린팅 사업에 뛰어들었던 TPC메카트로닉스는 최근 국내서 생산하는 3D프린팅 제품을 7종에서 2종류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신제품 개발이나 출시계획도 없는 상태다. 자체 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유통점을 모집해 하이비전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사실상 3D프린터 사업 개발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다.

국산 3D프린터 개발업체 캐리마는 국내 영업 인력과 마케팅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올해 국내 영업실적이 거의 없어 조직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더이상 탈출구가 없다고 판단하고 해외 영업과 관련한 인력을 확충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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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3D프린터를 판매하는 센트롤도 국내 판매보다는 해외 판매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는 KIC 입주 등록도 마쳤다.

3D프린팅 업체들이 국내 사업을 정리하다시피 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더 이상 판로를 찾기 힘들어서다. 일반기업은 고가 3D프린터 구입을 꺼리고 있는데다 정부조달 시장까지 축소됐다. 실제 나라장터 3D프린터 입찰공고는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기업에서 3D프린터 구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쪽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정부연구 기관 등 필요한 곳은 이미 구입을 마쳤고 학계 등 교육용 시장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정부의 3D 프린팅 지원책도 업계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초 3D프린팅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다음달부터 발효될 장비·소재 등 성능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으로 국산 3D프린팅 제품 신뢰성을 입증하고 저품질 외산 장비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반응은 차갑다. 표준은 마련됐지만 정작 표준에 부합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3~4곳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도 없는데 표준화를 위해 또 다른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처지다.

3D프린팅 표준화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관계자는 “3D프린터 표준화는 필요하지만 산업 성숙도를 고려할 때 조급한 것이 사실이며 자칫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시장에 표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 강소기업 육성, 해외진출 방안 마련, 선진기술 융합 등 국내 3D프린터 산업육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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