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기존 건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파리 협정이 정식 발효됐다. 지구상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게 됐다. 파리 협정의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보다 낮은 1.5도로 억제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국가감축목표(NDC)를 5년 단위로 제출해야 한다. 향상 이전 수준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파리 협정 발효로 지구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어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하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 및 산업 부문의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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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다소 많은 편이다. 정부의 지속된 건물 단열 기준 강화와 건물 에너지 절약 설계 검토 의무화, 2025년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을 통해 신축 건물의 에너지 성능은 크게 향상됐지만 건물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680만개의 기존 건물은 감축 관련 활동이 부진했다. 소규모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 이외에는 정책도 없다.

기존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는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을 활성화, 누구나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 틀을 갖춰야 한다.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이 부진한 것은 현행 효율등급인증시스템(ECO2 프로그램)이 신축 건물의 인증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에너지 이용 효율 등급 인증을 받은 건물에 대해 인증 시 산출한 에너지 소요량과 실제 건물에서 사용한 에너지 빅데이터 간 차이(GAP)를 분석하면 기존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 부여에 필요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인증 프로그램(ECO2)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건물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한국전력공사에서 수용가에 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하고 실시간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이용에 아주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시스템이 개발되면 정부에서 양성한 건축물에너지평가사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어 건물 온실가스 감축 사업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외벽 단열, 고기밀 창호 교체 등을 포함하는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다. 건물은 준공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노후되기 때문에 건물 리모델링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를 그린 리모델링으로 견인하는 제도상의 뒷받침이 없다. 특히 중장기 초저금리 금융 지원 시스템이 없어 그린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그린 리모델링에 필요한 기술은 그동안 패시브하우스 건축, 제로에너지 건축 시범 사업 등을 통해 국내에 축적돼 있어 적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성능 단열재, 단열 외장재, 고성능 열교환 환기 장치, 열료 차단 장치 등 제로에너지 건축 관련 자재 국산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 리모델링 후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을 받은 건물에 대해 재산세를 감면하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건축주의 그린 리모델링 추진 의지를 견인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는 소비자가 구매 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장기 할부로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체로 고가임에도 잘 팔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2030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기존 건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욱 효율 높은 혁신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 hayeon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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