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은 `궁금함`이다. 소설, 영화를 막론하고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표면 뒤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야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도 예외일 수 없다.
모바일게임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화이트데이)`은 이런 법칙에 충실한 게임이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이야기를 강조한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롤플레잉게임(RPG)이 시나리오와 배경을 끊임없이 강조하지만 사실 게임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곁가지에 불과한 때가 대부분이다.
화이트데이는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원작이 된 PC게임은 2001년 발매됐다. 화이트데이를 뒤늦게 언급하는 것은 이 게임이 최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4관왕(우수상, 기술창작상, 우수개발자상 프로그래밍/기획·디자인)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이트데이는 현재진행형 게임이다.
개발사 로이게임즈는 내년 화이트데이 시리즈를 플레이스테이션(PS)4용으로 발매한다. 가상현실(VR)콘텐츠 `화이트데이:스완송`과 콘솔용 `화이트데이` 두 가지를 개발 중이다.
그래픽 보강은 물론 스완송에서는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와 스토리를 선보인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이야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생명력을 뽐낸다.
원작을 기억에서 지워도, 2016년 현재 화이트데이는 콘텐츠 자체로 매력적이다.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과 밤이라는 시간 설정은 그 자체로 오싹한 기운을 풍긴다. 게임은 1인칭으로 진행된다. 수위를 피해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미스테리 현상을 따라가고 풀어야 한다.
이야기 구성은 꼼꼼하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어본 괴담과 전설을 적절이 섞었다. 종종 발생하는 이벤트가 전체 콘텐츠와 통일된 분위기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옥에 티다.
게임 초반에 괴물이 된 나무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 `여고괴담`에서 갑자기 `해리포터`로 넘어간 격이다.
요즘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 퀄리티가 높진 않지만 화이트데이만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사운드와 효과음은 더 없이 적절하다. 수위가 쫓아올 때는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다.
화이트데이 배경음악(BGM)은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화여대 교수)이 연주한 `미궁`이다. 황 교수는 화이트데이를 위해 미궁을 따로 녹음했다. 이런 노력은 화이트데이 퀄리티를 올리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화면 구성과 시점은 비슷한 장르 해외 유명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조명으로 시야를 제한한 연출은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공포 속에서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시야가 답답한 것만큼 두려운 것은 별로 없다.
모바일 플랫폼을 감안해 이용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준 것도 돋보인다. 이용자는 게임조작을 원작과 동일하게 설정 할 수도 있고, 콘솔게임기 패드 형식으로 바꿀 수 있다.
화면이 너무 어둡다면 이를 밝혀도 되지만 `게임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개발진의 배려와 위트가 곳곳에 숨어있다.
화이트데이는 내일이 기대되는 게임이다. 2015년 출시 당시 8800원이라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첫날에만 7000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물론 이 같은 성과는 원작 PC게임 화이트데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요한 것은 모바일게임에서 이를 재해석해 과거의 팬을 만족 시켰다는 것이다. 옛 영광을 불러온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에 맞는 콘텐츠로 탈바꿈시켰다는 의미가 크다.
내년 발매를 목표로 VR 콘텐츠로 개발 중인 화이트데이:스완송은 화이트데이 6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팬이라면 당연히 즐겨야할 콘텐츠다. 특히 이 게임은 VR로 진행하기 때문에 스릴러가 가진 불안감,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PS4용 화이트데이는 2017년 3월 14일 발매 예정이다. 화이트데이에 게임을 출시한다. 게임플레이는 물론 팬덤을 즐기라는 의도다. 이쯤 되면 화이트데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현상으로 읽힌다.
한줄평:모든 학교 괴담에 바치는 오마주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