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변호사 선임도 입찰을 통해서 한다”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에도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법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소송은 부담스럽고 접근하기 어려워 그동안 법률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이는 결국 소송 당사자들이 변호사 선임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제대로 권리를 찾지 못하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은 일반인들이 법률시장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다급하게 변호사를 선임하다 보니 먼저 찾아간 변호사의 말만 듣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 간에도 법률시장 정보의 비대칭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로펌에 사건수임이 편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황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법률시장에서의 전관예우나 법조브로커 문제는 최근의 법조비리 사례에서 잘 보여주듯이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인들의 법률시장에 대한 불신이 날로 쌓여가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헌법 제11조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법규가 무색할 정도로 법정에 가면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여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고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뭔가 부족해 보인다.
최근, 20대 청년 하나가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고민하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변호사 선임에 입찰방식을 도입한 ‘로비드(LawBid)’라는 플랫폼이다.
입찰이라고 하면 보통 ‘최저가 낙찰제’를 생각하기 쉽지만 엘리트들의 두뇌싸움이 치열한 법률시장에서 최저가 낙찰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최고가치 낙찰제’를 고안해 적용했다. 최고가치 낙찰제란, 변호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 내용을 보고 의뢰인이 자신에게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어떤 의뢰인은 수임료보다는 변호사의 역량에, 또 어떤 의뢰인은 그들의 수임료에 더 관심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2페이지 분량의 입찰제안서에는, 변호사 수임료, 사건 핵심사항 분석, 최근 5년간의 승소사례, 수임 후 활동계획, 논문/저서 실적 등이 포함돼 의뢰인이 입찰에 참가한 변호사의 역량을 가늠 하는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 입찰시스템이 의뢰인들에게는 물론 대부분의 변호사들에게도 법률시장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함으로 변호사들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경쟁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플랫폼을 개발한 로비드 정세광(26세)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창업의 길을 선택했고 줄곧 우리사회의 순기능을 회복시키는 사업을 구상하던 중에 상품을 개발했다”면서 “금년도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용기를 얻고 본격 사업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법 앞에 평등해지고 이로인해 정의가 강처럼 흐르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사업이 막힘없이 순탄하게 진행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