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전직 대기업 임원이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지닌 인터넷기업에 적응할 수 있을까.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8년간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차기 대표 내정자 한성숙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긴다.
김 대표는 22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7`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라는 나무가 잘 뿌리내리고 성공하도록 역할을 해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네이버 차기 대표로 한 부사장이 내정됨에 따라 내년 3월 CEO 직함을 내려놓는다. 이후 경영고문으로 활동한다.
김 대표는 네이버 합류 초기 시절 어려움을 전했다. 김 대표는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후 LG 법무팀 부사장을 거쳐 2009년 네이버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처음에 판사 출신 대기업 임원이 온다니까 직원들이 얘기도 통하지 않을 사람이 온다고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직원들과 게임도 이기고, 만화도 더 많이 보고 그런 것이 알려지면서 하루만에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대표는 “네이버라는 나무가 굉장히 튼튼한 나무가 됐다”고 평했다. 그는 “의사결정 같은 거버넌스 체계가 정립됐고, 일사분란하고 빠른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더불어 내부 인재가 성장한 것도 네이버의 성공 사례로 언급했다. 김 대표는 “내부에서 사람을 계속 성장시켰다”면서 “다음 사람이 자연히 한 레벨씩 오르면서 더 많은 권한을 받고 책임지며 성장한다. 그런 시스템에서 CEO가 나오도록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날 네이버는 현직 대표가 차기 대표 내정자를 공식행사에서 소개하는 국내 기업에서 보기드문 모습을 연출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인사말을 한 후 “한 부사장을 불러 기쁘게 해드리는 것으로 오랜 업무의 마지막을 마치겠다”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