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블랙박스]<12>게임사 무절제, 벼랑 끝까지 왔다

최근 한 모바일게임 공식 카페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한 이용자가 희귀 캐릭터를 뽑기 위해 3600만원 이상 투입했지만 게임사가 공시한 확률로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내용은 일파만파 커졌고 게임사는 마침내 오류를 인정했다. 게임사는 확률이 1.44%가 아닌 0.9%였다고 인정한 후 향후 이를 수정하고 구입 금액은 돌려준다고 발표했다.

게임사 설명도 일리가 있다. 확률 1.44%에는 마일리지 보상이 포함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게임 아이템 확률 문제로 신경이 예민한 이용자는 여전히 게임사 `실수`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국 모바일 게임업계는 단기수익에 목매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은 95.3%가 무료로 이용하고, 나머지 4.7% 이용자가 아이템을 구매하는 `기형적` 산업구조다.

이 4.7% 유저 중 특히 0.1% 고래, 0.9%의 돌고래로 불리는 이용자는 게임사 주 타깃이다. 앞에서 말한 36000만원을 사용한 사람이 바로 이 `고래` 이용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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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교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성숙 상태다. 때문에 신규 유저 확보 가능성과 신규 게임 생존율은 낮다. 게임사는 고래와 돌고래를 확보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빠진다. 게임사는 개발비 회수 확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함정에 빠질수록 이용자 저항과 반감 역시 거세진다. 이용자 저항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대형 회사와 온라인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종료한 한 온라인 1인칭슈팅(FPS)게임은 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개발에 투자했다. 하지만 아이템 구매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다 23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총기 등 아이템 구매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결정적인 비난 이유다.

한국 인터넷 산업을 보면 일탈과 규제 5단계 사이클이 관찰된다. 업체 무분별한 일탈, 정부 규제 시도, 업계 반발과 자율규제 약속, 다시 일부 업체 일탈, 그리고 마침내 정부 법적 규제라는 5단계다.

지금 확률형 아이템 규제 사이클은 `다시 일부 업체 일탈`이라는 4단계까지 와 있다. 다음 단계는 두 말 할 것 없이 정부나 국회에 의한 규제 입법이다.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노웅래,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거의 동시에 아이템 확률 공개나 판매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립이 정치적 숙명인 여당과 야당이 같은 법안을 내 놓고 있음은 사태 심각성을 말해준다. 게임 이용자 절반 이상이 아이템 규제에 찬성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지금 상황에 맞게 바꾸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이용자는 스스로 절제하는 업계를 돕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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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원들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인천대 법학과 교수, 박종현 국민대 법학과 교수,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성화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 안길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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