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죽은 뒤 냉동인간으로 만들어 되살려달라던 소녀의 소원을 들어줬다.
17일 현지시간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14살 소녀가 아버지와의 법정다툼에서 승리해 시신을 극저온 냉동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이 소녀는 지난해 8월 희귀암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위한 모든 수단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난달 17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소녀는 생존 당시 극저온 냉동인간 관련 사이트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언젠가 깨어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차상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소녀의 부부는 2008년 이혼했고, 소녀가 암에 걸린 것을 확인한 지난해까지 아버지는 연락하지 않았다. 연락이 닿은 아버지가 냉동인간 계획을 반대하자 소송에 들어갔다.
재판관 피터 잭슨은 딸의 소원을 인정한 어머니가 소녀가 신체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판결해줬다. 극저온 냉동인간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던 죽은 소녀의 손을 들어줬다.
`JS`로만 알려진 소녀는 법정에 보낸 편지에서 “나는 겨우 14살이고, 죽고 싶지 않다. 수백 년 뒤에는 치료받고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땅 속 지하에 묻히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잭슨 판사는 소녀가 살아있을 때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막았다. 언론 보도로 소녀와 가족들이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을 염려했다. 한 달 간 보도출판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판사는 소녀가 법정 청문회에는 참석할 수 없지만, 살아있을 때 병동을 직접 방문해 소녀를 만났다.
잭슨 판사는 “나는 소녀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한 용감한 행동에 감동했다”며 “아버지의 불안도 이해하며, 이는 과학이 법에 제기하는 새로운 질문의 한 예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극저온 냉동보존은 당장에 치료방법이 없는 불치병 환자들이 사망 직전에 수백 년 뒤 의료기술 발달을 기대하며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 중 하나다. 1960년대 극저온 냉동보존술이 처음 제안된 이후 이를 실제로 이용한 사례는 수 백 건 정도다.
극저온 냉동과정은 사망 후 몇 분 안에 신속하게 치러져야 한다. 소녀의 시신은 사망 직후 냉각돼 미국 미시간주에 마련된 냉동보존탱크에 옮겨진 상태다. 소녀의 조부모가 3만7000파운드에 이르는 비용 모금을 도왔다.
판사는 “현재는 합법적이지만 규제가 없는 저온 보존에 적절한 규제가 고려돼야한다”고 제안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