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와 서비스 융합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외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서비스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작업이 활발하다.
미국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한 원격 관리 시스템으로 건설 중장비 상태와 이력을 분석한다. 부품 교체 시기를 한발 앞서 확인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비 향상, 불법 사용 감시 등에도 활용한다. 고객은 중장비뿐만 아니라 연계된 서비스를 함께 받는 이점을 누린다.
엡손은 증강현실(AR) 헤드셋 BT-2000을 개발, 생산 라인에서 활용한다. 작업 영상을 실시간 공유, 본사 직원이 생산 현장에 직접 있는 것처럼 세밀하고 정확한 작업 지시가 가능하다.
포드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금융에 접목시켰다. 소비자에게 차량 공유 서비스를 구매 파이낸싱 옵션으로 제공한다. 포드는 지난해 차량 구매 고객 대상으로 자기 차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대신 차량 할부금을 할인해 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온라인 카셰어링 업체 겟어라운드와 공동 진행,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서비스 업체발 제조업 협업도 시도된다. KT는 국내외 사물인터넷(IoT) 사업자와 IoT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한다. 칩셋, 모듈, 디바이스, 솔루션,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김석준 KT 상무는 18일 산업융합 콘퍼런스에서 “IoT 비즈니스는 모두 참여하도록 개방형으로 운영한다”면서 “산·학·연·관 주체별로 각자 역할을 정립,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도 급격한 변화를 겪는 분야의 하나다. 원격진료, IoT 등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의료 서비스와 신기술 하드웨어(HW), 콘텐츠가 다양하게 결합한다.
가장 큰 변화는 수요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백롱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제 헬스케어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에 상당히 민감한 산업이 됐다”면서 “과거에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업체 디맨드의 김광순 대표는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존 의료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 스트레스를 측정·분석·관리하는 서비스, 고령자의 낙상 위험을 진단하고 경고하는 서비스, 헬스케어 단말기와 연동해 만성 질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이다.
드론도 제조·서비스 융합 모델로 주목받는다. 드론은 HW만으로는 그저 하늘을 나는 소형 비행기에 불과하다. 한발 더 나아가 여러 서비스·콘텐츠와 결합하면 수많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세계 드론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매년 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드론이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되려면 자율제어 센서,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의 융·복합이 필수다. 홍세화 바이로봇 전략담당 이사는 “드론이 `하늘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며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기술을 결합, 차세대 드론 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