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쟁이 치열한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개발, 판매 등 전 분야에 걸쳐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혁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제품 혁신을 위해 투자를 지속했고, 판매 확대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이런 노력으로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현지 업체와 LG전자 등 글로벌 경쟁사를 제칠 수 있었다.
◇기획 단계부터 미국 소비자 연구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 콘셉트를 발굴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렸다. 대표 조직이 `제품혁신팀(PIT)`이다.
PIT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1.5~2년 선행하는 제품 콘셉트를 발굴하는 것이 임무다. PIT는 미국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식품 저장 공간을 세밀하게 나누는 것보다 자유로운 공간 활용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성향에 맞춰 제품을 기획했고, 이는 프렌치도어 냉장고로 성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PIT 활동을 포함해 시장과 소비자를 면밀하게 분석, 프렌치도어 냉장고에 이은 히트 상품 콘셉트를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최고 전문가와 협업해 소비자경험 극대화
삼성전자는 주방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지구촌 `패션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는 `요리`와 `미식`에 주목했다. 2013년 세계 명성의 셰프들과 파트너십 프로그램 `삼성 클럽드셰프`를 론칭, 삼성 주방가전의 품격을 높이면서 브랜드 위상 강화에 나섰다.
클럽드셰프 글로벌 멤버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미셸 트루아그로와 미국의 다니엘 불뤼 등 모두 8명이다.
이들은 전문성과 제품 이해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더 가치있게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또 클럽드셰프 마이크로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계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고유한 레시피, 요리 체험기를 공유하는 등 삼성 제품을 매개로 소비자에게 고급 식문화를 직간접 경험케 하는 활동을 해 왔다.
셰프와 협업은 제품 기능에도 반영됐다. 최첨단 정온 기술로 구현한 `셰프모드`는 냉장실 온도 변화 폭을 0.5도 이내로 줄여서 최적의 온도로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셰프 팬트리`는 셰프들의 비법 온도인 영하 1도를 균일하게 유지시켜 준다. 또 셰프의 식품 수납 노하우를 반영한 `셰프 바스켓`은 무르기 쉬운 베리류, 버섯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냉동실에 적용한 `셰프 드로어`는 고급 키친 가구에 사용하는 레일 구조를 적용했다.
◇체험 중심으로 유통 매장 혁신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로서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매장에서의 소비자 경험에도 혁신을 시도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 중심의 생활가전 제품으로 구성한 `삼성오픈하우스` 적용 매장을 늘리고 있다. 삼성오픈하우스는 한 번 구매하면 사용 기간이 긴 대형 가전 등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매장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탈피,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매장 내 체험 공간이다.
삼성오픈하우스는 85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제품 실물 크기로 주요 기능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센터 스테이지`, 첨단 매장 전시 솔루션을 망라한 `쇼윈도` 등 매장 디스플레이에도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오픈하우스는 지난 6월 기준으로 미국 전역 317개, 전 세계 약 680개 매장에 적용했다. 적용 매장은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가전제품은 잦은 신제품 진열 교체와 낮은 고객 회전율 등 유통 환경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제품 경험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삼성만의 차별화한 제품 경쟁력에 삼성오픈하우스를 통한 판매 현장 혁신까지 더해 가전 시장 판도를 바꾸고 명품 가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