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핵심 엔진 기술금융, `허위·짜깁기` 심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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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기술금융 육성 로드맵(출처-금융위원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은행 기술금융 대출 규모

정부가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기술금융`이 허위·짜깁기 심사 의혹에 휩싸였다.

은행이 기술금융 평가보고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기업 실사를 생략하고 기존의 기업 신용평가 보고서 등을 베껴 제출하라는 강요가 있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부실 방지를 막기 위해 규정한 월 12건 이상 기술신용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는 규정도 상당 부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금융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은 2012년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 대책의 일환으로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처음 내놓았다. 기술금융 육성으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올해 6월까지 은행에서 취급한 기술금융 대출액(누적)은 45조원을 넘어섰다. 기술 유망 기업 상당수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7월부터 은행에 자체 기술평가 심사 권한이 주어지면서 기술금융의 취지는 사라지고 실적 맞추기식 부실 심사가 양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심사관은 15일 “7~8월 휴가철에 기술금융 심사가 거의 없었다”면서 “그런데 9월부터 휴가철에 제출하지 못한 기술심사 보고서 건수까지 합산해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상당수 은행은 금융 당국이 정한 월 12건의 기술평가보고서 제한을 반기로 묶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8월에 2건의 기술평가 보고서 제출이 있었다면 9월에 24건의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다. 월별 제한을 반기로 묶어 72건만 맞추면 문제없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은행 기술 평가 심사관은 “업체 방문과 기본데이터 조사, 평가서 작성에만 통상 며칠이 걸린다”면서 “하루 2건 이상의 제출 요구는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은행 간 기술금융 실적 경쟁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양산된 기술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진 대출은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짙다.

금융 당국은 올해에만 약 20조원의 기술금융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실 심사가 지속되면 부실 대출 양산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지난 8월 금융 당국은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 평가를 발표하면서 대부분 은행이 다양한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기술금융 전문 인력 10명 이상을 보유한 은행은 레벨2 자격을 부여받는다. 상위 은행에는 기금 출연료 감면 혜택 등도 주어진다.

은행이 보유한 박사, 변리사, 기술평가 경력자 등 기술금융 심사 인력은 모두 전문 계약직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1년 계약직이다.

최근 한 은행에 채용된 기술심사 전문가는 “심사보고서와 관련 은행 및 심사 인력 간 의견 대립이 심하다”면서 “지방에 있는 기업은 현장 실사를 가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현장 실사를 가면 하루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만큼 평가보고서 제출이 늦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보고서를 짜깁기하거나 시중에 나온 신용평가기관의 자료를 활용하라는 지침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만든 기술금융 평가보고서는 절반 이상이 질 낮은 짜깁기 보고서”라면서 “양심을 팔아 가며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이 많아 은행 측에 의견을 표명했지만 1년 계약직이라도 유지하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핀잔만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일부 은행이 평가 인력을 단순 인건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평가보고서 양을 늘려 달라는 민원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은행별 기술금융 대출 규모(누적)



[표]기술금융 투자 공급계획 및 실적 (단위 : 억원)

(자료-금융위)



[표] 기술금융 전문 인력 채용 현황(자료-금융위)

주) 전문 인력 구분 : A. 자연계열 박사, 변리사, 기술사, 신용평가사 1급 B. 연구소 근무 연구원(경력3년 이상), C. 2년 이상 기술평가 업무 종사 경력자 및 경력 3년 이상 기술거래사

창조경제 핵심 엔진 기술금융, `허위·짜깁기` 심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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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핵심 엔진 기술금융, `허위·짜깁기` 심사 속출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