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추억의 열쇠가 된다. 2011년 이후 처음 접속하다보니 이전 아이디를 찾기 위한 본인 인증 단계부터 향수를 자극한다. 아이디가 `야후코리아` 이메일 주소였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 야후코리아는 없어졌지만 싸이월드는 돌아왔다.
`싸이월드 어게인 8.0`은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원조 격인 싸이월드와 1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대표가 만나 내놓은 첫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두 서비스 모두 1999년 시작됐다. 원조와 원조가 만났지만 과거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SNS 트렌드와 융합을 시도했다.
개편 핵심은 동영상 소통 기능이다. 지인과 일상을 소통하는 서비스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글·사진에서 영상 중심으로 넘어왔다. 단순히 동영상을 올리는 기능뿐 아니라 최신 트렌드를 맞췄다. 10초 짧은 동영상 촬영 기능은 `스노우` `스냅챗` 등을 이용하는 1020 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4명까지 영상통화가 가능한 페이스 채팅과 메신저 기능이 들어갔다. 라이브 동영상 기능도 추가됐다. `모아보기` 기능으로 영상, 사진, 글 등 다양한 활동을 한눈에 살펴보는 게 가능하다.
특유의 폐쇄성을 잃지 않아 반갑다.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개방성이 대세가 됐지만 폐쇄성이 주는 안정감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네이버 밴드, 소모임 등 앱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다. 라이브 동영상 기능은 일촌과 팔로잉을 기반으로 한 비공개 그룹 라이브 기능과 실시간 공개 라이브도 가능하다.
추억과 연결 고리는 최대 강점이다. `타임머신` 기능으로 기간을 지정한 뒤 검색해 과거 게시물을 살펴본다. `투데이 히스토리`는 매년 오늘 날짜에 일어난 일을 정리해 줘 과거를 되짚어 보게 한다. 싸이월드가 보유한 3200만명 회원이 올린 사진 140억장, 다이어리 20억건, 배경음악 5억개와 결합해 강력한 흡입력를 발휘한다. 일촌, BGM이 흘러나오는 미니홈피, 아바타 미니미가 주는 친밀감도 여전하다.
8.0 버전은 완성판이 아니다. 싸이월드와 동영상 트렌드 융합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변화의 시작이다. 과거와 현재를 단단히 연결하는 `킬러 기능`을 탑재한다면 느슨함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이 새로 들어온 만큼 직관성, 통합 관리를 돕는 단순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미니홈피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던 `클럽` 기능과 연동성 강화는 숙제다. 동영상 중심 서비스로 개편을 추진한 만큼 로딩 속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과거의 영화를 되찾는 것은 신규 기능과 과거 기능 사이 균형감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렸다. 기존 이용자의 익숙함을 깨는 불편함과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해진 휴면 사용자를 깨우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추억을 찾는 방문객에게 미래까지 보여줘야 한다.
한줄평:SNS에서 만나는 `응답하라 1999`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