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시장은 미국발 대통령 선거 소식으로 종일 출렁였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친 투자자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장을 열었다. 오전 11시 무렵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경합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금융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0원가량 올랐고, 2000선을 넘기던 코스피지수는 195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소식이 갑작스레 들려온 지난 6월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시장 예상과 다른 결과에 충격이 컸다.
결과를 두고 증권사와 은행 등 주요 기관투자자 속내는 담담하다. 이번 결과로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는 앞으로 벌어질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달러 강세, 미국 주식 시장 상승 등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언젠가 닥쳐올 일이었다.
요동치는 각종 지표에 가장 크게 당황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 지수를 보면서 덩달아 주식을 팔아야 할지 사들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중심을 잡아야 할 외환·금융 당국은 여전히 `불확실성`만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와 시장 참가자는 침착하게 대응해 달라”는 당부 외에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금융가에서는 이미 힐러리와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금리 인상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 차이가 있을 뿐 대략의 방향성은 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역시 예고된 결과다. 금융 시장은 장기로 달러 강세에 대비한 금융 상품을 판매한 지 오래다. 단기성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정부와 금융 기관이 내놓는 불확실성이란 단어에 개인투자자들은 `힐러리 당선 시 주가 상승, 트럼프 당선 시 주가 하락`이라는 단순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심을 잡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경제사령탑을 바로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