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래도 대한민국 시계는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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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

`최순실 사태`에 휩싸인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의 지금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헌정 중단이 빚어져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미 우리나라 공공 업무는 마비됐다. 뭔가를 해야 하지만 해도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국가 통수권자의 업무 공백은 그가 인사권을 행한 모든 기관의 수장과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관에선 `우리도 여차하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와 준비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요즘은 하던 업무도 손을 놓은 상황이다.

`무기력.`

이전의 어느 정부보다 혹독함을 요구했다. 국민 소통과 신뢰성 향상에 매진했고,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국정과 공기관의 성과 홍보에 사력을 다했다. 보안 감사나 경영 평가 준비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새는 바가지는 따로 있었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도 도입은 `이러려고 받아들였나` 할 정도의 억울함마저 들게 한다. 공공 기관의 한 인사는 “그동안 무엇 때문에 그리도 안달복달하며 살았는지 허무함이 몰려온다”고 토로한다.

공직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나마 버티는 곳인데 이런 명예와 자긍심도 사라졌다. 공직자 본인도 국민의 일원인데 국민을 대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업무 정지와 무기력감으로 민간 쪽에서는 공무원 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희망.`

멈춰 버린 대한민국 시계가 다시 돌기 위해선 공공 부문의 업무 정지 상태를 끝내야 한다. 모두가 허무함과 좌절감에 빠졌을 때 공공 부문이 먼저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직의 힘은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 쏟아진 국민 신뢰의 잔을 다시 채우려면 흔들리지 않는 공직 기강을 보여 줘야 한다. 국정 마비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면 정부를 향한 실망감은 계속될 것이다. 공직자와 공기관이 먼저 움직일 때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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