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적으로 창업된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 있듯 태생부터 선발 주자인 기업이 있다.
한국 바이오 신약 개발을 대표하는 바이로메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약 제품에 도전한 만큼 `태생부터 선발 주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 전문 기업으로, 선진국에서도 출시하지 않은 제품을 대상으로 막대한 자금과 10년이 넘는 임상 시험이라는 극한의 불확실성을 견뎌 내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1994년 서울대 미생물학과 김선영 교수가 학내 벤처 1호로 출발, 1996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하는 동안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하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유전자 전달체인 레트로바이러스의 일종인 것에 착안,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 나섰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를 인체 내에 집어넣어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암, 유전 질환, 심혈관 질환 등 불치병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틈새 시장에 속한다.
이 회사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80%가 넘는 기술 개척자형으로, 코스닥 바이오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혈성 족부 질환 유전자 치료제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이와 같은 R&D 성과로 2005년 코스닥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 2016년 10월 기준 1조6000억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것은 2015년 전체 매출액이 77억원 수준에 불과함에도 주식 시장에서 1조원을 훨씬 넘는 기업 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목적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5~10년 동안 매출이 전혀 없어도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며 인류의 삶을 뒤바꾸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바이로메드가 한국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신약 개발의 기술 개척자로 성공한 데에는 원천 기술을 활용한 특허 개발과 재빠른 제품 개발 능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3년 동안 선진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구축했고, 그 기반 아래 4~5년 동안 유전자 전달체 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실제 적용을 위해 3년 동안 동물실험을 하고, 각종 유전자를 넣어 치료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내 임상 시험을 해 왔다.
이와 같은 장기간의 불확실성에도 대학 내 우수 기술 인력과 창업자의 세계 수준의 과학 지식, 연구 네트워크 등이 성공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3년 걸릴 과제를 절반의 투자 금액으로 1년 만에 끝낼 수 있는 개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원래 바이오 신약 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개발 기간도 10년이 넘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이 기술지상주의와 의욕을 내고 R&D 투자에 나설 경우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바이로메드는 이러한 딜레마 극복을 위해 명확한 시장 요구에 기반을 둔 제품 개발을 했다. 즉 허혈성 족부 질환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분명한 시장 잠재력이 존재하는 분야를 선택했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R&D에 과감한 투자를 하더라도 현명한 모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이 걸리는 신약 분야의 고유 특성을 인정하고 성급하게 시장 진입에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외부 투자자금 적극 유치와 함께 규모가 작더라도 매출과 이익에 실제 기여를 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함께 키워 나갔다. 때를 기다린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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