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요금제 지원금 상향이 시작됐다. 3만~6만원 중저가 요금제에도 고가 요금제 못지않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고시 개정이 효력을 발휘했다. 중저가폰과 중저가 요금제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중저가 요금제에 최고 요금제와 동일하거나 차이가 없는 지원금 지급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중저가 요금제 사용자가 많은 중저가폰 대상이다.
KT는 전용폰 `비 와이(Be Y)` 최저 요금제(LTE 데이터선택 32.8)에 27만6000원을, 최고 요금제(LTE 데이터선택 109)에 31만6000원을 책정했다. 지원율(각 요금제 지원금÷해당 요금제 기대수익(요금제))은 최저 요금제가 약 8.39, 최고요금제가 약 2.90이다.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지원금 비례원칙`을 통해 각 요금제에서 지원율이 동일하도록 규정했다. 즉 `비 와이`에서 최고 요금제 지원율이 2.90이라면 최저 요금제 지원율도 2.90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최저 요금제 지원금은 9만5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비 와이 최저 요금제에 지원금 27만6000원이 책정된 것은 지난 8월 고시가 개정된 결과다. 정부는 저가 요금제 지원율이 고가 요금제 지원율보다 높아도 되도록 고시를 변경했다. 비 와이 최저 요금제 지원율은 최고 요금제 3배 가깝다.
SK텔레콤 전용폰 `루나S`는 최고 요금제(T시그니처 마스터)에 33만원, 최저 요금제(밴드 데이터 세이브)에 20만원을 지급한다. 지원율은 최고 요금제가 3, 최저요금제가 약 6.09로 최저 요금제가 두 배 이상 높다.
출시 4개월이 넘은 팬택 아임백(IM-100)은 아예 전 요금제 지원금이 같다. KT는 지난달 28일 아임백 출고가를 인하하며 모든 요금제에 지원금 28만7000원을 책정했다. 단통법 이전에나 볼 수 있던 모습이다.
단통법에서 지원금 비례원칙을 정한 것은 중저가 요금제에도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통법 시행 이전엔 고가 요금제에 과도한 지원금이 쏠렸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비례원칙은 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불만을 불러왔다. 10만원자리 요금제에는 20만원 중후반 지원금이, 3만원대 요금제에는 10만원 안팎의 지원금이 실렸기 때문이다. 마케팅 자율성 제한, 시장 경직도 지적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례원칙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이통사는 올해 초부터 비례원칙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일부 요금제 지원금 책정에 유연성을 두기 시작했다”며 “정부 고시 개정으로 이 같은 일이 공식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중저가 요금제 지원금 상향은 루나나 비 와이, 아임백 같은 중저가폰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고가 요금제 사용자는 프리미엄폰을 찾는 비중이 높고 선택약정(20% 요금할인)이 유리하다. 따라서 특정 중저가 전략폰을 중심으로 신규 가입자를 늘리거나, 신제품 출시 이전 재고 소진 목적으로 중저가 요금제 지원금 상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표〉중저가 요금제에 고가 지원금 주요 사례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