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정밀의료` 2조2000억원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최순실 사태` 후폭풍이 문제다. 창조경제 사업 5년짜리 핵심 프로젝트가 1년짜리로 쪼그라들 조짐이다. 이달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국회의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이 `최순실`에 치명타를 받았다.
3일 과학기술·산업계에 따르면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이달 25일 예타 심사 결과를 받는다. 8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전략 프로젝트 개발을 선포할 때는 통과 가능성이 짙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타 통과부터 국회 예산 심의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순실 사태가 정치·경제를 넘어 국가 R&D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성 예타를 마치고 경제성 예타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순실 사태로 기획재정부에서 앞으로 책임 소재 등을 우려해서인지 매우 깐깐하게 보고 있다”면서 “창조경제 관련 예산이 집중 타깃이 되면서 R&D 프로젝트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가 전략 프로젝트는 박 대통령이 국가 R&D 혁신을 지휘하며 내놓은 임기 4년차 핵심 사업의 하나다. 현재 9개 프로젝트 가운데 AI,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정밀의료 5개 부문이 예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사업에는 적게는 500억원, 많게는 3000억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된다. 사업 기간도 프로젝트별로 다르지만 최대 10년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지금 국회 분위기에서 예타 결과가 넘어가더라도 산 넘어 산”이라면서 “당장 추진하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 전략 프로젝트는)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국가 전략 프로젝트 추진의 리스크 요인은 크게 6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최순실 사태에 따른 후폭풍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 △정권 마지막 해부터 사업 스타트 △기존 R&D 사업과의 중복성 △짧은 예타 검증 기간 △정치권 내 시급성·필요성 인식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청와대도 변화 기류를 읽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국정 과제성 R&D 프로젝트라는 특수성 때문에 예타 통과만큼은 자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타 검증 키를 쥐고 있는 기재부와 예산을 최종 확정하는 국회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창조경제도 그렇고 국가 전략 프로젝트도 (최씨와) 연루될 게 전혀 없는데 사실상 `대통령 프로젝트`라는 게 걸리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타 통과가 안 되면 1년 사업비를 받아 내년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10년을 내다보고 그린 국가 R&D 프로젝트가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로 간다면 무의미하다고 봤다. 차기 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불확실한 R&D 기간에 열정을 쏟을 연구자도 많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원로 과학자는 “여야가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성장 동력을 외치면서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손을 뗀다면 미래가 없다”면서 “정권과 상관없이 첨단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이끌 수 있는 연구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