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식재산위원회(위원장 구자열, 이하 지재위)가 발명진흥법(이하 발진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직무발명권리(이하 발명권)를 사용자에게 자동 승계하는 `사용자주의`를 도입해 논란이 예상된다. 발명권은 원칙적으로 종업원에게 귀속된다는 특허법 33조의 `발명자주의`와 배치되는데다 앞으로 종업원이 발명권과 관련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발진법 개정안은 이달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발명진흥법에 `사용자주의` 도입
지재위 발진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직무발명 승계여부 통지`를 규정한 13조다. 지재위가 지난 6월 의결한 `발명자와 사용자의 상생을 위한 직무발명제도 개선안`에서 해당 조항을 일부 수정하거나 삭제하면서 종업원과 사용자 사이 `이익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행 발진법 13조 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4개월)에 그 발명에 대한 권리의 승계 여부를 종업원등에게 문서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용자는 발명 신고 후 4개월 내에 발명권 승계 여부를 종업원에게 통지해야 하고, 4개월 내에 알리지 않으면 포기로 간주돼 종업원과 별도 협상을 거쳐야 통상실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개정안은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시키는 계약이나 근무규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등은 직무발명이 완성된 때에 (중략) 권리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돼있다. 직무발명 신고와 동시에 발명권이 사용자에게 자동승계되고, 신고 후 4개월 내에 사용자가 포기 의사를 전하지 않으면 발명권의 사용자 귀속이 확정된다는 의미다.
장진규 하합동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예약승계규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발명권 포기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자동승계된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발명권) 원시취득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자동승계로 종업원 불리”
이처럼 발명권이 사용자에게 자동승계되면 종업원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법은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신고하면 사용자가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발명권 승계 의사를 종업원에게 통지하고, 종업원에게 보상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직무발명 신고 후 4개월 내에 사용자가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발명권이 사용자에게 자동승계된다. 이 경우 직무발명을 보상해야 하는 강제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근무규정에 직무발명보상제도를 포함하면 종업원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개정안이 사용자에게 치우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업원과 사용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발명권이 처음부터 사용자에게 귀속되면 종업원과 사용자 사이 보상과 관련한 대등한 협의·교섭이 불가능해져 충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근무규정은 원칙상 사용자에게 일방적인 작성권한이 있어 종업원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며 “실제 취업 시점에서 취업규칙상 직무발명에 관한 내용을 문제삼아 취업을 검토하는 종업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손보인 위민 변호사도 “현재는 직무발명심의위원회 등에서 사용자의 승계의사 통지준비절차에 따라 보상의무가 사측에 강제됐다”며 “근무규정에 별도 보상규정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종업원 보상시점이 연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무상` 통상실시권 확보
무상 통상실시권을 부여하는 개정안 10조 1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에는 직무발명 신고 후 4개월 내에 사용자가 승계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발명권 포기로 간주돼 통상실시권은 종업원과 별도 협상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단서조항을 삭제했다.
강균성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 사무관은 “통상실시권은 원칙적으로 기업에 있다”며 “직무발명보상제도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일부 제한을 없애는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이 지난 8월 발진법 개정안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통상실시권 제한은) 외국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규제”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권팀장은 “통상실시권 부여 자체가 종업원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종업원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에는 종업원에게 근무규정이 불리하게 개정될 때는 종업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법으로 통상실시권을 부여하면 이러한 규정도 불필요해진다”며 “지재위 개정안은 상생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용자가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발명권만 보유하는 사례도 우려된다. 손보인 변호사는 “극단적인 경우 사용자가 발명권 승계 후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해당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면 종업원은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까지 입법의견을 접수한 이번 개정안은 이달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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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