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선 건설 공사 분리 발주 확산 추세다. 다양한 법과 제도로 분리 발주를 촉진시키는 등 중소기업 보호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분리 발주가 사실상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미국 건설 공사 분리 발주 대상은 배관, 냉난방, 환기, 공조, 전기 등 분야다. 정보통신 공사는 전기 공사에 포함된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등 대부분 주에서 분리 발주 제도를 법으로 명시했다.
미국도 분리 발주와 통합 발주 논쟁이 길었다. 대표 지방정부가 뉴욕주다. 뉴욕주는 1921년 건설 비리 사건을 계기로 자치법 101조(Wicks Law) `특정 공공공사의 분리 시방`을 통해 5만달러 이상 공사는 분리 발주하도록 규정했다.
일각에선 책임 관리가 명확하지 않고 학교 등 특정 공사에만 한정된 법안이라며 폐지를 주장하지만 공공 공사를 통합 발주하게 되면 부정 부패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폐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세다.
뉴욕주 자치법 101조 외에도 중소기업과 하도급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 중소기업청이 원도급자가 돼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중소기업 직접 하도급 제도`, 중소기업 공공 발주 확대를 위해 입찰 때 가산점을 주는 `입찰 자격 우대 제도` 등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분리 발주 제도를 법률로 규정하진 않았다. 정부의 각종 지침으로 분리 발주를 유도한다. 중소기업 육성의 핵심 정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공공사 입찰과 계약 적정화 촉진` `중소기업자 수주기회 증대 조치` 등으로 공공 기관은 2007년 이후 분리 발주 공공 공사가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건설경제연구소는 “민간 공사에서도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분리 발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했다”면서 “대부분 10~15% 수준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 분리 발주는 강제성이 강하다. 제한된 경우에만 통합 발주를 허용한다. 대부분의 공공 공사는 분리 발주가 원칙이다. 중세부터 내려온 마이스터 제도로 개별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공사에도 중소기업 분리 발주를 허용하고, 중소기업 연합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도 열어 놨다. 분리 발주 때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투입해 원인을 규명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프랑스는 30여개 업종에 대해 분리 발주를 시행한다. 통신과 전기 관련 공사는 대부분 전문 업체가 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건설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불법 하도급을 막기 위해 하도급 관련 법률과 하도급 직불제도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대부분 분리 발주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분리 발주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