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정년 60세` 제도가 중소기업에 도입된다. 연말까지 두 달이 남아 있어 아직 업계 분위기는 잠잠하지만, 명예퇴직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남아 있다. 한 해 먼저 제도를 시행했던 대기업과 금융권은 지난해 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군살 빼기 작업을 벌인 것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올해 1월부터, 300인 미만은 내년 1월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해 말 동시다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걱정한 탓이다. 대부분 40·50대, 50대 고참 직원이 집중적으로 칼바람을 맞았다. 금융권의 경우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업계는 차분한 모습이다. 대기업과 달리 구인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새누리당·비례) 의원실이 올해 8월까지 경영상 이유로 해고당한 직원 규모를 분석한 결과, 1월 9만1587명, 2월 5만5330명, 3월 8만2289명, 4월 7만1657명, 5월 6만710명, 6월 6만5436명, 7월 7만2132명, 8월 5만8975명으로 숫자 자체는 들쑥날쑥하지만 명예퇴직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족한 인력구조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 기준 인력부족 비율과 숫자를 보면, 중소기업(3.0%·26만7079명)이 대기업(1.1%·2만5910명)보다 3배 가까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중소기업 인력 부족 비율은 지난해까지 2.7% 선을 유지하다 올해 3.0%까지 치솟았다. 대기업은 1.0% 안팎을 오르내리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정년을 연장하는 이유에 대해 대기업 44.1%는 노조가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반면에 중소기업 56.3%는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지금도 숙련된 기술·기능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년이 연장돼도 모두 필요한 인력이기 때문에 명예퇴직을 통한 감원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경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1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벌인 결과, 중소기업 업황 전망 건강도 지수는 86.1%로 한 달 전과 비교해 5.5%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거나 하향 추세면 경기가 앞으로 나빠질 것으로 보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은 인력난 문제가 심각한 데다 정년 연장 대상 비율도 대기업 대비 낮다”며 “정년 연장 문제보다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