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공지능(AI)형 자동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자동차 제작사의 마케팅 공세로 머지않아 우리 일상생활인 교통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가고 있다. 그러나 수년 안에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가 내 차의 교체 모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량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상용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도로 주행 때 손과 발로 조작하지 않고 일부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3단계 자율주행은 차량과 도로 기능이 긴밀히 연계 및 융합돼야만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실제 도로 상황(Physical Infrastructure), 교통 상황, 기상 상황, 돌발 상황, 고정밀 지도, 측위 정보 등 다양한 디지털인프라 정보가 즉각 차량에 제공돼야 한다. 빅데이터 처리를 기반으로 AI형 도로 운영 및 제어 로직(Logical Infrastructure)이 적용된 교통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자율주행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도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처럼 도로에서 실물·디지털·로직 인프라 기술 지원이 이뤄져야 현재 자동차 가격 수준으로 자동차 전용 도로 기반의 3단계 자율주행 상용화가 2020년대 중·후반에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합의다.
자율주행의 또 다른 추진 방향은 도심지 내에서 대중교통 수단 또는 공유교통 수단에 적용하는 저속 주행 기반의 자율주행이다. 최근 미국 교통부(DOT)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에 선정된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스마트 모빌리티가 대표 사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기후 변화 대응과 고령화 사회 진입, 공유 경제 확산,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등 급변하는 사회·경제·과학 이슈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 공간 구조가 변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하는 등 교통 시스템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 스마트시티 개념에 에너지, 환경, 재난, 교통 등 지속 가능한 모델까지 기본으로 적용되면서 도시 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신교통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지능형교통체계(ITS)는 전통 교통 시스템에 ICT를 융합, 도시민에게 유용한 교통 정보를 제공했다. 또 최근 5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된 스마트폰 기반의 융합 네트워크는 수시로 변화하는 복잡한 도시 네트워크에 실시간 대응하는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ICT 기반의 차량-모바일 융합 서비스가 도로 인프라와 무선통신시스템(V2V, V2I, V2N)으로 연결됨으로써 차량-교통시설-이용자가 상호 간 초연결성을 유지하는 교통 연계 체계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스마트시티 내 대형 공항, 철도역, 버스터미널 등 복합환승 시설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실내 측위로 다양한 환승연계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교통 연계 및 환승 서비스는 기존의 대중교통 수단에 최초 출발지 연결(First Mile)과 최종 목적지 연결(Last Mile)을 자율주행 셔틀 기반의 공유교통 수단으로 적용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등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급증하는 도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되면서 스마트시티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기술 개발 및 실증으로 발전하고 있다.
초대형·초고층 빌딩 및 복합 교통시설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스마트시티에는 통합 모빌리티 개념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ICT가 연결되면 기존의 대중교통 및 개인교통 수단을 통합,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 맞춤형 초연결성 복합이동 서비스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준비하고 교통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인 스마트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도, 국제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이 그 골든타임이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장 yjmoon@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