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 산업은 지금까지 서구 팝 시장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아시아에서는 J팝에 이어 두 번째로 K팝이라는 독자 시장이 창출됐다. K팝 탄생과 약진에는 열악한 국내 시장의 여건을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같은 선발 주자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
SM은 1995년 설립됐지만 시작은 가수 시절부터 우리 음악의 해외 진출을 꿈꿔 온 이수만 프로듀서의 비전에서 출발했다. 2000년 HOT와 SES의 중국 및 일본 진출을 통해 장기 기획과 현지 협력사의 필요성을 학습한 이후 혁신 콘텐츠를 해외에 지속 진출시키면서 비전을 구체화하고 성숙시켰다. 보아의 일본 진출에 이어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와 F(x) 등으로 중국 및 아시아에서 인지도를 확보했다.
특히 2012년에는 EXO의 데뷔로 중국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SM 버추얼 네이션(Virtual Nation)을 건설한다는 더 큰 비전을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에는 NCT라는 플랫폼 개념 아이돌과 `24시간 디지털 놀이터` 같은 혁신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이 같은 K팝 콘텐츠의 성공 요인은 SM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 역량에서 찾을 수 있다. SM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 과정을 살펴보면 진출 초기의 낮은 인지도와 현지의 높은 문화 장벽에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즉 현지 음반 회사를 파트너로 그들의 영업망과 마케팅 수단을 이용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콘텐츠 자체를 표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후 두 전략을 통합, 각 나라에서 동시다발성 마케팅을 하는 통합 전략으로 발전했다.
조직 역량의 뒷받침을 보면 첫째 현지화는 현지 시장을 면밀하게 조사해 처음부터 현지 목적에 맞게 캐스팅과 트레이닝을 하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지 파트너와 유통망을 확보했다. 둘째 표준화 전략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국내에서 축적된 기획 및 제작 능력을 활용해 세계 눈높이에 맞는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셋째 현지화와 표준화를 동시에 실시한 통합화 전략은 콘텐츠는 물론 아이돌 그룹에 이르기까지 원소스멀티유스를 적극 활용하며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을 통해 SM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정착시키고자 했다.
특히 SM의 조직 역량에는 창업자 중심 프로듀서 시스템이 핵심을 이룬다. 이것은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마케팅 등 4단계로 이뤄진 프로듀서 경영 체제로, 분권화되고 전문화된 조직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최고경영자(CEO)가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그림을 단계별 전문 프로듀서들이 수행하면서 의사결정 경로는 최소화했다. 그 결과 각 부서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면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경쟁자보다 한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신상필벌(信賞必罰)`과 `소통`의 조직 문화가 정착되면서 임직원을 비롯해 소속 가수들이 효과 높게 관리되고 통제됐으며, 계층 수평화를 통해 여러 경로에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이를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이 같은 특유의 프로듀서 시스템은 해외 진출 전략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과 업무상 오류를 최소화,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SM은 해외 시장 진출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었고, 다양한 콘텐츠와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며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지난 10월 27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래 변화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시아 게임 체인저 어워즈`를 수상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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