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공공기관 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 외면〈중〉

공공 기관과 공기업이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명시된 분리 발주 예외 조항을 남용한다는 지적이다.

일반 청사 사옥에 신기술, 신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거나 주거용 아파트에 예술성이나 상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로 정보통신 공사 분리 발주를 피하는 상황이다.

일부 부처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발주 기관이 예외 조항을 앞세워 법을 우회하는 실상은 막기 힘든 실정이다.

올해 주요 건설 공사를 통합 발주한 환경부(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 철도기술연구원(철도완성차 안전시험연구시설 건설 공사), 법무부(대구 고정시설 건립 공사), 한국에너지공단(신사옥 건립 공사), 세종충남대병원(병원 건립 공사)은 모두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제25조 1항 1호에 따라 해당 공사가 분리 발주 예외 대상 공사라고 밝혔다.

시행령 제25조 1항 1호는 특수 기술로 건설하는 터널·댐·교량 등 대형 공사를 분리 발주, 하자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때 예외 공사로 규정했다.

물론 일부 특수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발주 기관의 편의상 통합 발주를 했다는 지적이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기술 중요도가 크다면 오히려 분리 발주로 공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발주 기관 편의상 통합 발주를 선호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건설 공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에는 `상징성·기념성·기술성 등이 필요하거나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공사는 분리 발주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한 도시공사는 일반 아파트에도 예외 조항을 적용해 정보통신, 전기 공사를 따로 발주하지 않는 사례도 나왔다. 해당 도시공사 관계자는 “신기술·신공법으로 기술 발전 유도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유지 관리비 절감, 성능 보증과 하자 책임 등의 사유로 분리 발주 예외 대상 공사”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공사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 공사에 포함되는 정보통신 공사는 기술상 분리 발주가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 회계제도과에서도 “아파트는 주거용 건물로 상징성, 기념성, 예술성 등이 필요하거나 난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로 보기 곤란하다”면서 “(발주 기관이 낸) `기술제안입찰(통합발주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발주 기관이 불필요하게 정보통신공사업법 예외 조항을 남용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정보통신 공사 업계의 피해는 확산될 전망이다. 분리 발주를 원칙으로 규정해 놓은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예외 조항이 다섯 가지나 되면서 피해 나갈 구멍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에너지 절감,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 적용을 방패로 삼으면 쉽게 예외 대상 공사로 인정되는 분위기도 문제다.

정보통신공사협회는 “신기술, 신공법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갔는지 실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면서 “발주 기관의 입맛에 따라 `예외 조항`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면 모든 공사가 통합 발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과도한 예외 조항 적용으로 통합 발주한 사례가 분리 발주 규정을 지킨 공공 기관의 노력을 공수표로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발주한 건설 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이미 분리 발주로 진행된 사례가 많다”면서 “분리 발주된 공공 기관의 건설 공사가 비효율이란 뉘앙스를 줄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올 한 해에만 분리 발주가 적용된 대형 공사는 국민건강보험 신축 공사, SH공사 아파트 공사, 국세청 신축 공사 등 20곳이 넘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