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응답하라 액셀러레이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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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캔 뚜껑 하나로 대박을 친 스타트업이 있다. 음료수 캔을 개봉한 후 다시 밀봉할 수 있는 기술 덕분이다. 롯데칠성과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청량음료 업계도 하나같이 이 기술을 탐내고 있다.

뜨거운 관심 뒤에는 남모를 속앓이가 있었다. 기술 개발은 지난 2011년에 성공했다. 판로 개척이 어려워 5년 넘게 데뷔가 늦어졌다. 그나마 이 회사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존율은 5% 미만이다. 실패 원인 가운데에는 판로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 전문 투자회사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최근 함께 일할 스타트업을 뽑기 위해 모집 공고를 냈다. 420여개사 지원했다. 경쟁률은 20대 1. 판로 확보를 위해 대기업과 연을 맺으려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창업 시장에 쓰나미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된 액셀러레이터 법이 주인공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펀드를 만들 수 있다. 해당 펀드에는 오직 개인만 투자가 가능하다. 법인은 돈을 넣을 수 없다. 펀드가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을 잇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 업계는 법인 투자 허용을 요구했다.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청의 생각은 다르다. 액셀러레이터 펀드 성격이 개인조합인 데다 법인이 참여할 경우 펀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부정 입장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시행령에서는 법인 투자의 가능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면서 “업계 의견이 그렇다면 추후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액셀러레이터 법은 전국에 걸쳐 500개가 넘는 스타트업 보육 기관에 대한 규정이다. 시행령은 이르면 이달 중에 발표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법인 투자를 허락했다. 관련 업계 역시 수차례 이 같은 내용을 중기청에 전달했다. 저조한 스타트업 생존율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관계 당국의 선견지명과 적극성이 필요하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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