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을 파헤치기 위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야권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도 요구했다. 반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대검찰청은 27일 최순실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18기)이 수사를 총지휘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팀이 아닌 수사본부로 구성했다.
특별수사본부는 국회에서 특검 도입을 의결할 때까지 수사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검 출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초동수사에 나섰다.
◇`특검` 놓고 야권 엇박자
야권은 전날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국민의당은 수사가 먼저라며 특검 도입에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실 규명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검찰 수사, 국정조사, 특검, 그 외 수단을 효과적으로 조합해야 한다”면서 “현재 우리 당의 입장은 선(先) 수사, 후(後) 특검”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는 특검을 비롯한 국정조사 등 진상규명을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라며 “국민의당은 특검무용론을 말하기 전에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고 상심을 안겨줬는지 민심을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야권은 사태 수습책으로 즉각적인 인적쇄신과 거국 내각 구성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개편 의지라도 명백히 국민에 밝혀야 한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빨리 안 되면 청와대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라도 밝혀야 한다”면서 “특히 문제가 된 수석부터 전면적으로 다 사퇴시키고 개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금 대통령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선 대통령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주 인적쇄신 단행할 듯…4·5명 거론
박 대통령은 쏟아지는 인적쇄신 요구에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고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 인선 등을 고려하면 내주 중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인적쇄신 범위는 `최순실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참모를 중심으로 4~5명 부분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시에 참모진을 모두 교체하면 심각한 국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국감장에서 말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 비서실장은 취임 5개월차다. 또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우병우 민정수석도 야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만큼 퇴진 명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시된다. 미르재단 관련 기금모금 의혹에 연루돼 있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도 거론되고 있다.
◇지지텃밭 PK 등 지역 민심도 싸늘
이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부산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행사장 앞에서 대학생들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려다가 경찰에 제압되는 등 부산 민심은 싸늘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24~26일 사흘간 전국 성인 1528명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주 대비 7.3%포인트(p) 하락한 21.2%를, 부정평가는 8.6% 폭등한 73.1%를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대국민사과 다음 날인 26일 17.5%로 지지도가 추락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