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은 명작이었다.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꿈에 부풀었다. 배터리 문제가 리콜, 단종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얘기다. 불황 끝, 희망이 공중 분해될 위기다.
협력업체는 재고 보상을 받는다고 위기가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갤노트 효과`는 매년 4분기 실적을 떠받치는 효자였다. 당장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다. 자칫하면 보릿고개를 하나 더 넘게 생겼다.
경제가 비상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휘청인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기둥 같은 기업들이다. 이런 때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위기 원인 분석, 산업구조 재편, 신성장 동력 발굴 같은 국가 과제는 기업 힘만으로 힘들다.
지금 정부는 어디에 있나.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당장 내년도 예산이 발등의 불인데 정치는 먹통이다. 당사자의 책임 있는 결단 없이는 `식물 정부`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위기는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크다.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된 지가 언제인가. 해명 기회가 있을 때마다 뭉개고 덮느라 바빴다. 궁지에 몰려서야 시인했다. 거짓말을 자인한 모양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다 허송세월했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 주력 산업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그나마 버티는 전자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조선·해운 산업 처지에 놓이지 말란 법이 없다. 제조업은 계속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과거는 멀어지는데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산업 현장 곳곳에서 신음이 끊이지 않는다.
현 정부는 틈만 나면 `경제 살리기`를 외쳤다. 그런데 뒤로는 기업 곳간을 털었다. 그 돈은 비선으로 흘러갔다. 국민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온갖 추문에도 경제만은 잘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부디 경제 부흥의 의지만은 헛구호가 아니었기를 빈다.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