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을 선언했다. 최근까지 개헌 논의를 `블랙홀`이라며 부정 입장을 보여 오던 박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도 개헌특위를 구성해 가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며 국정 난맥 돌파를 노렸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에서 가진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30년 동안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서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해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며 개헌 의지를 밝혔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까지 구체화해서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 준비를 해 나가겠다”면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 완수를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도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 및 내용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 논의와 거리를 뒀다. 일각에서 개헌 논란이 일 때도 그것을 현 정부와 연결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개헌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 공감을 얻은 뒤`라는 전제를 붙였다. 취임 후 `개헌은 블랙홀, 시기상조`라며 부정 입장을 고수했다.
개헌 추진으로 급거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가 정책 연속성과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 추진을 들었다. 또 외교 정책에서도 일관된 원칙과 방향을 지키기 위해 5년 단임제는 불합리하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이튿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 체제로 인해 극단의 정쟁과 대결 구도가 일상이 됐고, 민생보다는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개헌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날 시정연설 본줄기인 내년도 정부 예산에 대해서도 발표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예산안 법정 기한 내 통과로 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선도형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올해보다 예산을 40% 이상 증액 편성(19조4000억원)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인구 구조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에 지금부터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연구개발(R&D)은 창조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