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유전체 정보 활용, 국가 시스템 손질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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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가사업으로 확보한 임상·유전체 정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2월까지 임상·유전체 생명정보시스템(CODA)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다. 인프라 고도화는 물론 법·제도 개정 등 포괄적인 내용을 검토한다.

CODA는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 일환으로 2014년 구축된 유전체 정보 저장소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질병, 유전체 염기서열 등 정보를 수집, 보관, 분양한다. 3년간 780여명 임상,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약 42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체정보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정밀의학 구현 핵심 요소로 임상, 유전체 정보가 떠오르면서 수요도 급증한다. CODA는 생명정보 수집, 분석, 공유 채널로 기대를 모았다.

운영 3년째를 맞았지만 CODA가 얻은 실적은 기대 이하다. CODA는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만 수집한다. 유전정보도 DNA 칩에 국한된 데다 임상 데이터는 거의 수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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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유전체 생명정보시스템(CODA) 홈페이지 화면. 2014년 구축됐지만 분양 실적은 `제로`다.

2014년 구축 후 민간에 분양한 사례는 `제로`다. 분양을 위한 제도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분양이 가능하다고 해도 기업이 활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 생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으로 연구 목적 외에 사용이 금지된다. 비식별화, 익명화한다 해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공개는 제한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한다. DNA 칩 등에 집중된 생명정보를 다각화한다. 공유, 활용을 위한 공통 플랫폼 모델 개발도 검토한다. 축적한 데이터가 빅데이터인 것을 감안, 클라우드 구축을 고민한다. 연구자가 대용량 유전체 정보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이르면 올해 안 데이터 분양 계획을 확정,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공개 범위, 내용은 확정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기업이 쉽게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클라우드 등 ICT 적용을 검토 한다”며 “생명정보가 각종 법규와 윤리적 문제까지 연결된 만큼 이를 개선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CODA에 국한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임상, 유전체 정보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로 축적한 데이터는 생물자원, 생명정보 등으로 구분해 복지부, 미래부, 농림부, 해수부 등에서 따로 운영·관리한다. 생명정보자원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 운영할 필요성이 커지지만 부처 간 협의는 원활치 않다.

데이터 질도 떨어진다.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생명연구자원을 저장, 분양하지만 실제 연구소나 기업이 활용하기에 어렵다. 임상, 유전정보는 단순 결과뿐만 아니라 데이터 획득방법, 이용 프로그램, 시점 등 부가 정보가 필수다. 대부분 부가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유전체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정부 주도로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사용할 만 한 게 없다”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에서 구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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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전체 시장 규모

김지훈 램지노믹스 이사는 “미국만 하더라도 NCBI 등을 통해 연간 수 조원을 투입해 유전정보를 수집·공유한다”며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데이터를 확보하지만 공개는 제한적이어서 기업이 연구, 상업화 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준 높은 유전체 정보를 우선 확보하고 데이터 공유 범위 확대, 공유 모델 정립 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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