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홍콩전자전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중소기업 전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4000여 전시업체 가운데 4분의 3은 중국 업체였다. 중국 중소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세계에서 온 바이어와 활발하게 상담했다. 중국 제품은 디자인과 품질도 뛰어났다. 해외 바이어에게 중국산은 싸지만 디자인과 품질은 떨어진다는 편견은 없는 듯 했다. 중국 업체 외에 홍콩, 대만, 한국 업체가 나머지 공간을 채웠다.
홍콩전자전은 과거 전자대국이던 일본의 위상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홍콩전자전에 참여한 일본 업체는 1개에 그쳤다. 전시 품목은 전기담요였다. 업체 사장은 일본 업체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에 “중국, 대만, 한국 업체에 밀려 일본 기업은 전자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올해 들어 도시바와 샤프 등 일본 기업은 핵심 부문이나 회사 전체를 해외 업체에 매각했다. 반면에 중국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창업 면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중국 스타트업 기지 선전에는 많은 창업자가 제2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를 꿈꾸며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중국의 많은 대학생은 취업보다 창업을 원한다. 졸업 후 대기업 입사와 공무원 합격을 꿈꾸는 우리와 대비된다.
꿈의 차이는 앞으로 국가 경쟁력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생을 무조건 창업전선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창업 환경은 충분한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는 토양에서 중소기업 취업과 창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의 창업 정책을 보면 그런 우려감이 생긴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업 위주 정책을 펼쳤다. 부작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청사진을 세심하게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제2의 일본이 되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