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앞뒤좌우로 네 개의 눈(램프)을 갖고 있다. 이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은 전방의 시야를 밝히고 후방 접근 차량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차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램프는 주행 중 차량의 안전을 지켜주는 필수 장비이면서 화장술(디자인)에 따라 첫인상을 결정하는 심미적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램프는 똑똑함을 업데이트했다. 마치 사람 눈처럼 자동차의 램프가 주변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이미 많은 차량에 장착돼 있는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는 주행 조건에 따라 램프의 각도와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고 끄면서 상대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여주는 하이빔어시스트(HBA)도 똑똑한 램프의 기능 중 하나다.
램프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댑티브 드라이빙 빔`(ADB/Adaptive Driving Beam)은 지능형 램프의 미래를 밝힐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ADB는 야간 주행시 상시 하이빔 상태를 유지하다 차량 전방이나 반대편 차선에 상대 차량이 나타나면 상대 운전자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기술이다. 카메라 센서가 차량을 인식하고 상대 운전자의 눈부심을 발생시키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어둡게 만들어주었다가 차가 지나가면 다시 점등되는 기술이다. LED의 선택적 점소등으로 작동할 경우 이를 `매트릭스 빔`이라고도 한다.
매트릭스 빔은 여러 개의 LED가 모여 하나의 광원을 형성한다. LED를 개별적으로 점·소등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LED는 전류를 넣으면 빛을 내는 반도체로 구성된 램프로 수명이 1만 시간 이상이며 할로겐이나 HID 등 기존 광원에 비해 전력 효율이 높은 친환경 광원이다. 광원 자체의 부피가 작아 소형화에 용이해 화려한 램프 디자인 구현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매트릭스 빔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위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광원으로 꼽히는 레이저를 활용한 헤드램프도 개발 중이다. 레이저 헤드램프는 레이저의 직진성을 이용한 고성능 하이빔으로 운전자의 원거리 가시거리를 증대시키고 슬림한 디자인으로 헤드램프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빛을 직선으로 뽑아내는 레이저는 기존 할로겐등이나 HID 램프에 비해 가시거리가 확연히 늘어난다. 상향등 기준으로 레이저 광원을 이용하게 되면 250m 이상의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할로겐등 보다는 70% 이상, HID 대비 50% 이상 가시거리가 증대된다.
레이저 헤드램프는 고속 주행시에만 동작하는 것으로 전방 카메라로 상대 차량을 인식해 운전자 눈부심을 방지하는 기능도 탑재된다. 또 고성능 LED 광원을 이용해 레이저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램프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고가의 레이저 대신 LED를 이용해 운전자 가시거리를 레이저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리어램프에 OLED 광원을 이용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TV 디스플레이 등에 많이 쓰이는 OLED는 발광이 우수하면서도 발영량은 적고, 눈부심이 덜하면서도 원하는 형상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OLED보다 휘도, 수명, 내구 온도 등을 개선한 램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리어램프에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3D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렌티큘러`라고 불리는 두 개의 볼록한 렌즈를 사용해 좌우 눈이 리어램프를 인식하는 순간 3D 이미지를 통해 입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차량 후면 램프에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 램프 분야는 자기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부각하기위해 독창적인 이미지와 스타일링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