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을 투자해 판교 제로시티에 미래적 공유경제 플랫폼을 만들겠다.”
19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6 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판교제로시티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그는 “공공영역이 갖고 있는 자본과 토지,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창의력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소신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공공은 플랫폼, 민간은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모델을 만드는 토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간 융합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남 지사의 생각이다.
행사에선 자율주행차를 주제로 국내외 석학이 모여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공유경제가 결합된 자율주행차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판교 제로시티, 제2 페이스북·유튜브 만든다
남 지사는 판교 제로시티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페이스북, 유튜브보다 앞서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했던 우리기업이 지금은 모두 문들 닫았다”며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을 조성해 좋은 기술이나 서비스가 곧바로 세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판교 제로시티 내 번역 서비스도 확대한다. 남 지사는 “요즘 들어 인도네시아와 이스라엘, 베트남, 미안마 등을 다니면서 우수한 스타트업 청년을 판교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는 노력 중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자율주행차로 도시·환경 문제 해결
파우지 나사시비(Fawzi Nashashibi) 프랑스 정보통신기술 국립연구소 박사와 커창 리(keqiang Li) 칭와대 교수, 마틴뷜레(Martin Woehrie) BMW 한국 연구개발(R&D) 센터장도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율주행을 주제로 발표했다.
파우지 나사시비 박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130만명이 교통사고 사망한다. 이 때문에 5000유로가 넘는 손실을 부담하고 있다”며 “도시 팽창도 가속화돼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사회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그는 “자전거 공유는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쓰이고 지금은 카셰어링으로 발전했다”며 “앞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바통을 이어받아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율주행차의 밝은 면에는 안전사고를 줄이고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는 게 파우지 나사시비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유럽의 시티모빌(city mobil)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파파모빌이라는 도심형 셔틀을 이용해 일반 도로를 달리게 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1차에 이어 2차 시티모빌 프로젝트가 유럽 12개 도시에서 진행될 만큼 관심이 높다.
남 지사도 새 시대에 대한 비슷한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이 양극화나 빈부 격차, 자원고갈 등의 문제를 남겼듯이 4차 산업혁명도 일자리 없는 성장과 같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개발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정치영역이 권력을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시작으로 경제에서도 공공영역의 오픈 플랫폼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셰어링에 레이싱까지 자율주행시대 성큼
자율주행차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도 이번 행사에서 제시됐다. 마틴뷜레 BMW 센터장은 BMW 미니 버전을 카셰어링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전의 재미를 지속시키기 위해, 자율주행차지만 운전 기능을 옵션으로 넣었다. 옵션을 선택하면 핸들이 올라와 일반 승용차처럼 작동한다. 운전자에 따라 차량 상태가 변한다는 게 특징이다. 차량 스스로 탑승자의 신체와 운전성향 등을 분석해 알아서 좌석과 외관을 바꿔주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내년 초 판교 제로시티에서 자율주행차 레이싱 대회를 열 예정이다. BMW와 테슬라, 구글, 현대차 등을 모두 참석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판교 제로시티는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주변 약 13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2018년까지 도로와 기반시설 등을 구축하고 2020년 완공 목표다. 핵심 사업은 국내외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소, 전문가가 참가하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세우는 것이다. 경기도는 약 8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양질의 일자리 5만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