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은 늘었지만, 연구인력 인건비 지출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R&D역량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중소기업 생존 조건으로 특화 기술력이 필수지만, 인건비 지출 비중이 상승하면서 실질적 R&D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중소기업(부설 연구소 보유) R&D 분야 투자금은 2010년 약 8조5000억원에서 2014년 말 기준 1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중소기업이 쏟는 R&D 예산은 꾸준히 늘어났다.
문제는 R&D 투자금 가운데 인건비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1년 48.9%였던 인건비는 2014년 기준 56%까지 치솟았다. 반면 연구재료비 비중은 줄어들었다. 기계장치, 토지건물, 컴퓨터 등 연구 인프라 예산 비중 역시 10%에서 7%로 떨어졌다. R&D 투자금은 늘었지만, 연구 설비, 교육, 투자, 실험재료비 등 기업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지출 비중은 축소됐다.
반면 국내 대기업 R&D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은 2014년 기준 41.9%다. 기초기술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기업 평균 인건비 비중은 2014년 40.2%다.
연구인력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이 보유한 연구원 규모는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업부설 연구소 연구원 수는 2005년 8.3명, 2010년 6.8명, 지난해에는 5.2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현장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자부품 설계업체 A기업은 해마다 5억~6억원을 R&D 분야에 투자하는 데 대부분 인건비다. 이 기업 대표는 “인력 영입을 위해 최근 5년 사이 신임 연구원 연봉을 300만원 정도 인상했다”며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해, 다른 분야에 투자할 엄두가 안 난다”고 밝혔다.
제조업체 B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매년 10억원 이상 예산을 R&D에 투입한다. 예산 60%는 연구인력 인건비에 들어간다. B사 대표는 “소프트웨어, 무선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연구인력을 채용하는 데 해당 분야 인력 몸값이 크게 뛰어 인건비 지출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구역량이 입증된 중소기업을 선별해 더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R&D 관련 다른 분야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중소기업 R&D 역량 제고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R&D 지원예산과 세제 혜택을 확대해 중소기업이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비 추이(단위:%)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 R&D투자 현황 및 과제, 2016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