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6살 소셜커머스, 산업 지형 바뀐다

소셜커머스 산업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쿠팡, 티몬, 위메프가 잇따라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업종 간 경계는 사실상 무너졌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지난 6년 동안 이른바 `반값 쿠폰`으로 불리는 공동구매 방식 지역 상품에서 벗어나 배송 상품 중심 커머스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들은 직매입을 비롯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 온라인 쇼핑 핵심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접고 오픈마켓 업종에 직접 도전하는 사업자도 나타났다.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던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과의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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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쿠팡, 탈(脫) 소셜커머스 선언

쿠팡은 최근 오픈마켓 채널 `아이템 마켓`과 직매입 판매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했다. 소셜커머스를 대표하는 상품 판매 방식 `딜`은 패션 카테고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종료했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픈마켓과 직매입을 융합한 신개념의 온라인 유통 사업자로 탈바꿈했다.

쿠팡은 지난해 기록한 연 매출 1조1338억원 가운데 80%가량인 9903억원을 상품 판매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지역 상품 판매량 비중이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로켓배송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분석된다. `쿠팡맨`으로 대변되는 차별화한 감성 마케팅으로 고객 신뢰를 얻은 덕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아이템마켓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모두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로켓배송 상품 이외의 오픈마켓 사업 매출이 증가해야 전체 매출이 커지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의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아이템마켓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이라면서 “아이템마켓이 기존의 오픈마켓 시장 경쟁 구도를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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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아이템마켓으로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자` 지위를 얻게 됐다. 이른바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사업 형태다. 상품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입점 판매자가 책임을 진다.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 SK플래닛 11번가, 인터파크 등이 대표 오픈마켓이다.

소셜커머스나 종합몰 등은 통신판매업으로 구분된다. 사업자가 직접 상품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보니 모든 판매 단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역시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됐다.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업을 도입하면서 상품 판매와 관련된 책임 범위를 최소화했다. 그동안 소셜커머스 딜 상품 구매 고객을 위한 사후관리(AS), 반품, 환불 등 투자비와 해당 업무에 투입한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이 통신판매 시장을 이탈하면서 지난 6년여 동안 유지된 소셜커머스 3강이 무너졌다. 티몬과 위메프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수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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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여행 시장 넘보는 티몬, 오픈마켓도 노려

티몬은 일반 배송상품 이외의 주력 제품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티몬은 `여행`을 핵심 상품으로 낙점했다. 최근 증가한 국내외 여행 수요를 흡수,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업 전략이다.

티몬은 지난 7~8월 두 달 동안 투어상품 카테고리에서 전체 거래액의 25%를 쓸어 담았다. 2013년 7~8월 19%에서 6%포인트(P) 상승했다. 배송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사업자가 전체 거래액 가운데 4분의 1을 여행 상품으로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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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실시간 항공권 예매 서비스

티몬의 월 평균 거래액은 2000억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으로 두 달 동안 총 1000억원 이상의 여행 상품을 판매한 셈이다. 종합온라인여행사(OTA)와 오픈마켓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는 인터파크를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티몬은 여행상품 전담 조직을 꾸리면서 투어 사업 활성화를 추진한다”면서 “앞으로 단순한 판매 형태에서 벗어나 OTA 플랫폼을 도입할 가능성도 짙다”고 전했다.

티몬이 최근 입점 판매자가 직접 `딜`을 등록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다이렉트 딜`을 도입했다. 상품기획자(MD)를 거쳐 별도의 심사 및 승인을 받아야 하는 딜 등록 단계를 간소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쿠팡이 아이템마켓 도입 이전에 선보인 `익스프레스 딜`과 동일한 형태다.

티몬도 오픈마켓 채널을 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티몬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오픈마켓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자금융업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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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상 위메프 대표

◇정중동 위메프, 브랜드 협력 총력

위메프는 마케팅 효율성이 떨어진 서비스를 정리하면서 내부 투자비도 줄이고 있다. 최근 중단한 `97무료배송 프로모션`이 대표 사례다. 해당 서비스는 위메프 또는 판매자가 설정한 기간에 9700원 이상 배송상품을 구매하면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위메프는 올해 초 예산 회의에서 4분기부터 97무료배송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위메프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9700원 이상 무료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쿠팡과 티몬의 무료배송 기준은 9800원 이상이었다. 후발 주자의 한계를 넘기 위해 경쟁사보다 기준 금액을 100원 낮추는 공격형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위메프가 서비스 중단을 선택하면서 100원 단위 경쟁을 벌인 소셜커머스 배송 금액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됐다.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제조사, 유통 사업자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모객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 사업자의 브랜드 인지도와 최신 트렌드로 위메프의 배송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위메프는 지난 8월 소셜커머스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SK텔레콤 전용관`을 구축했다. 최신 스마트폰 수요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PC 웹사이트로 끌어들여서 일반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낙수 효과를 노렸다.

최근에는 중국 샤오미를 전략 협력 브랜드로 낙점하고 샤오미 국내 총판과 계약하면서 샤오미가 제조한 모든 제품을 국내에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으로 호평받고 있는 샤오미 제품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인다. 위메프는 샤오미가 제조한 신규 제품을 경쟁사에 앞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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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