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이 무려 8년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서울시가 늦게나마 9호선 DMB중계망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섰지만, 9호선 이용자들의 DMB시청권 확보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운영사 및 DMB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면서 방송 수신을 위한 중계기 설치 작업이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화역과 신논현역을 오가는 9호선 1구간 이용자들은 DMB 시청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관련 예산 편성 논의를 시작했으나, 시민 불편은 2018년 이후에나 해소될 전망이다.
지하철 9호선은 서울을 동서로 잇는 라인이다. 지난 2009년 7월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이 개통된 데 이어 지난해 3월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까지 뚫렸다.
DMB 시청이 안 되는 곳은 1단계 구간이다. 2단계 구간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개통 당시 재정사업 형태로 전 열차에 DMB 중계기를 달았다. 1단계 구간의 경우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수송 승객 규모가 40만5560명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 예산 미확보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며 “관련 지원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설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측은 DMB 중계기의 설치와 운영, 관리를 직접 맡을 계획이다. 지원 예산이 확보되면 곧바로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지하철 9호선 DMB 중계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2018년 집행 내역을 확정하는 2017년 예산 기획안에 설치비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이미 사업 진행을 위한 세부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는 정부와의 협의 절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 이용자들은 8년째 DMB 시청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관련법이 지난해 말 개정됨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가 늦게나마 예산 편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른바 `가을야구`를 볼 수 없을 개연성이 높다.
◇`DMB 불통` 9호선… 야구중계보다 `뚝`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안모씨(38세·남)는 “친구집에 가려고 9호선 노량진역에서 환승을 했는데 보고 있던 DMB가 갑자기 꺼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중계를 보며 1호선 서울역에서 출발했는 데 환승을 위해 9호선 노량진역에 오자 DMB가 먹통이 됐다”며 “서울에 DMB가 안 나오는 지하철이 있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휴대폰 고장을 의심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DMB가 켜지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다.
◇9호선 DMB 불통 원인은
이 같은 현상은 중계기 설치·운영비 부담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결과다. 민간 DMB업체 6곳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중계기를 달고 운영을 맡아왔다. 하지만 2009년 7월 9호선이 등장할 무렵, 서울시와 9호선 운영사 및 DMB사업자 모두 신설 노선 중계망 구축 비용 부담을 놓고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지하철 당국은 정부 예산 지원만 기다리고 있다.
◇예산 편성 확정… 2년만 기다리면
전국 지하철과 터널에 방송중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해 말 시행됐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영향으로 방송중계설비 설치가 의무화된 것이다. 법안에는 DMB 중계기 설치 시 국가 등으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관련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의 협의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내후년에는 설치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이미 사업 진행을 위한 세부 계획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관련 예산이 내려오는 대로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